매일신문

한나라 내부서도 지방은 전혀 안중에 없었다

지난달 30일 국가경쟁력강화특위(위원장 사공일)가 수도권투자 전면허용을 골자로 한 '국토효율화이용방안'을 발표했지만 한나라당 내에서 지방경제 보완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지방이 받을 타격을 보완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해 한나라당은 청와대는 물론이고 정부 측과 그 흔한 당정협의조차 한 차례 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3명의 대변인 중 누구도 지방을 걱정하는 성명서 한 장 내놓지 않았다.

다음날인 31일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는 한승수 국무총리,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 등 당정의 최고위인사들이 모두 참석한 고위당정협의회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처리문제만 집중 논의됐으며 지방대책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

이날 협의회 모두에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인사말을 통해 "지방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안들이 발표될 것이지만 시차가 늦어졌다"고 언급한 것이 지방과 관련된 당정청 고위관계자들 관심의 전부였다.

수도권투자 전면허용 조치 발표 직후부터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이 아우성을 치고 있는 데도 한나라당은 지방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이제 수도권 정당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는 고위당직을 수도권 출신 인사들이 과점하면서 이미 우려됐던 일이다. 문제는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수도권 출신이라는 사실은 그렇다쳐도 부산경남 출신인 박희태 대표와 안경률 사무총장마저도 지방의 목소리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 것은 너무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박 대표 측은 수도권투자 전면허용에 대한 입장을 묻자 "우선 경제를 살리겠다는 뜻이지 지방을 말살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지방발전대책도 내놓게 될 것"이라며 정부 측과 똑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더 큰 문제는 전면허용을 결정하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찬이든 반이든 의사표시를 포함, 전혀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은 "이런 저런 논의가 있었고 당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면서도 "(경제가)급하기 때문에 수도권에 대한 투자활성화차원에서 (규제완화는)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또 다른 한나라당 당직자는 "당정협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발표하는데 당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 했다"고 자인하면서 "우리가 선택한 MB를 어떻게 해야할지 참 난감하다"고 털어놓았다.

민심을 먹고 산다는 집권여당의 주요 당직자들이 지방의 목소리를 알고 있으면서도 청와대 눈치만 보면서 지방 문제를 외면한 것은 지방 유권자들이 선택을 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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