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보는 것만으로도 풍요롭다. 알알이 무르익은 오곡백과(五穀百果)가 그렇고 빨간 단풍잎, 노란 은행잎, 은빛 갈대, 황금빛 이삭 등 오색의 향연이 그렇다. 가을 들녘과 산하는 늘 그렇게 넉넉하고 가슴 벅차다.
2일 열린 '매일신문 애플 투어'에 참가, 멀리 영주 봉현면 사과밭을 찾은 40여명의 도시인들의 입가에도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어머! 빛깔이 참 곱네요. 정말 먹음직스러워보이는데요." 조금 전 한우 불고기로 밥 한그릇씩을 뚝딱 비웠지만 입안에는 어느 새 다시 침이 고인다.
"친환경농법으로 애써 만든 최고 제품인 만큼 1㎏에 5천원은 받아야 한다"는 농장주인 엄상돈(49)씨의 엄포(?)에도 하나씩 나눠 준 바구니는 금세 사과로 가득 찬다. 깨금발을 딛고서야 가장 낮은 가지에 겨우 손이 닿는 코흘리개들의 손에도 벌써 잘 익은 놈들이 하나씩 들려있다.
"우리 사과나무에는 7~8년 전부터 제초제나 화학비료를 일절 주지 않습니다. 봉지를 씌우지 않는 '선플러스 농법' 덕분에 당도는 15~16브릭스(Brix)나 됩니다. 하지만 올해는 사과 값이 좋지 않아 지난해 5㎏ 상자에 8만원씩 받았던 최상품도 70% 정도밖에 못 받습니다." 엄씨의 걱정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몰래 한입씩 베어 문 사과는 달기만 하다.
주부 박해식(44·대구 달서구 용산동)씨는 "아이들은 사과라는 사과는 다 따고 싶어하는데 그렇게 못해줘서 미안할 따름"이라며 "앞으로도 매일신문에서 좋은 체험기회를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78억원을 투자해 지역 최대 규모로 준공한 영주 산지유통센터(APC)에 들어서자 달콤한 사과향이 코를 즐겁게 한다. "APC는 최첨단 비파괴 당도 선별장비와 예냉·저온저장 시설 등을 갖추고 있어 과일의 상품성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또 유통단계를 줄여 농가 소득에도 도움이 됩니다."
대구경북능금농협 여원기 원예지도사의 설명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휴일인 탓에 컴퓨터로 처리하는 작업과정을 못 본 게 조금은 아쉬웠지만….
돌아오는 길, 갈바람에 흩날리는 소수서원의 노란 은행잎은 깊어가는 가을을 노래하고 있었다. 모두들 1시간의 산책이 너무 짧다고 투정이었다. "개방화에 맞서 애쓰시는 농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사과밭에 서면 절로 부자가 된 듯했고요. 올가을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네요."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애플투어는 오는 9일(군위)과 16일(안동)에도 계속됩니다. 본지에 애플투어 행사 알림이 나가면서 지난 일주일 동안 참가를 문의하는 독자들의 전화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한정된 인원 때문에 16일 행사까지 참가 신청이 일찌감치 마감되었습니다. 더 많은 분들에게 참가기회를 드리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본지는 앞으로도 독자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이 같은 농촌체험 행사를 계속 마련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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