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1시 45분.
한 여자가 지하철 플랫폼에서 울고 있다. 한 남자가 그 여자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여자가 왜 울고 있는지 궁금해서다.
이 늦은 시각, 오고가는 사람도 드문 지하철 플랫폼에서 여자는 왜 울고 있는 것일까?
남자는 여자 주위를 서성거리며, 말을 걸기도 하고, 달래보기도 하지만 여자는 사연을 말해주지 않는다.
"혹시 남자한테 차였…. 아니, 헤어졌나요? 오늘?"
"저…. 이별이 아니면 다행입니다. 만약 이별이라면 생각을 달리 해보세요. 헤어짐이 있으면 만남이 있거든요. 종말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하지요."
"……."
"청기를 내리고 백기를 올려야 하는데, 청기를 올리고 백기를 내렸다면 말이에요. 혹시 그래서 울고 있는 거라면, 울지 말아요. 깃발이 부러진 건 아니잖아요."
"생각해 봐요. 말이라는 건 주고 받는 맛이죠. 나는 꿀 배 하나를 줬는데 상대방은 포도 한 알을 줬다고 해봐요. 얼마나 허탈해요?"
"나로서는 깊어지는 당신의 울음을 막을 길이 없군요. 그렇다면 나도 당신을 따라 울어 버릴까요? 막 울어 버릴까요?"
연극 '울고 있는 저 여자'는 독백에 가까운 남자의 경험담으로 전개된다. 관객들은 남자의 독백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된다. 연극은 또 진정한 의미에서 의사소통 능력을 상실한 말의 본질에 대해 묻고, 일상어로 인간의 심연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여기서 울고 있는 여자를 달래는 남자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진 존재'를 기다리는 우리의 바람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작가 김현영씨의 2004년 대산대학문학상 희곡부문 당선작으로 추지숙씨가 연출했으며 대구시 문화예술공모진흥사업 지원작이다.
▶공연안내=∼9일까지/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7시/한울림 소극장/1588-7890.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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