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학교들마다 중간고사 시험으로 여념이 없다. 이번 시험은 우리 딸아이가 초등학교에서 치르는 마지막 중간고사이기도 하다. 뭔가 부족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배웅하고 시험을 실수 없이 무사히 봐 주기를 우선 기도한다.
지난해부터 예체능 과목도 중간고사 시험에 들어가면서 시험 공부 양이 부쩍 늘어감에 따라 아이나 필자나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에 바짝 긴장을 한다. '아직 초등학생인데, 벌써 이래야 되나'라는 생각도 종종 한다.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아무래도 과한 사교육인 듯하다. 우리 아이 역시 학원 등 사교육에 시간을 많이 빼앗기지 않는다면 좀 더 편안하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학교 시험 준비를 할 수 있을 텐데.
학교에서 출제되는 문제는 점점 어려워져 보통 학교에서 배운 지식만으로는 풀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가끔 대구시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시험문제를 보게 되면 학원에 다니지 않더라도 별 어려움없이 풀 수 있는 편안하고 쉬운 문제들이건만 왜 학교 시험 문제는 유난히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이른바 '좋은 학교'라고 평판이 나있는 학교일수록 시험 문제를 어렵게 내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학교 시험 문제가 어려울 필요가 있을까' 의문도 생긴다. 학원에서 심화과정을 공부하지 않으면 문제조차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니 부모들이나 학생들 역시 사교육의 유혹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교육을 없애기 위한 첫걸음으로 '모든 학교의 시험문제를 통일하는 방법은 어떨까'라는 서툰 생각마저 든다.
'학군 좋은 지역'이란 명성 아래 부동산 투기도 만만치 않아 이른바 '좋은 학교' 근처에 이사를 가려면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2배 정도의 집값을 감수해야 한단다. 이렇게 직·간접적으로 사교육에 들어가는 지출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경제를 살리는 첫걸음이 우리나라 사교육을 없애는 것일 거라는 생각을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학생이 있는 가정이라면 가계부의 가장 큰 지출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교육비이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다른 어머니들처럼 아이를 학원에 의지하지 않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배운 정도로는 도무지 따라갈 수 없는 시험제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교육에 동조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하고 싶은 것조차 마음대로 할 시간이 없는 아이에게 한없이 미안한 마음만 든다. 이제 중학교에 들어가면 더더욱 힘든 경쟁에 휘말리게 될 아이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두려움이 생긴다.
학교에서 배운 정도의 실력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을 치르게 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조미경(대구 중앙초교 6학년 최정윤 어머니)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