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습상담] 집 밖으로 나가려는 아이 지도 어떻게?

Q: 고2 남학생 엄마입니다. 집에 공부방이 있고 소란스럽지도 않은데 아이가 자꾸 도서관이나 독서실에 가서 공부를 한다며 집 밖으로 나갑니다. 독서실에서 오전 2시 넘어 들어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도 성적은 기대만큼 오르지 않습니다. 그냥 두어도 괜찮은지 아니면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충고 부탁합니다.

A: 일요일 오전 9시. 아이가 일어날 조짐을 보이지 않자 어머니는 다소 부드러운 목소리로 일어나서 아침을 먹으라고 말합니다. 아이는 대답만 하고 다시 잠을 잡니다. 10시쯤 어머니는 좀 높은 목소리로 다시 아이를 깨웁니다. 아이는 그래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11시쯤에 엄마는 화가 나서 고함을 지릅니다. 아이는 일요일만이라도 푹 자고 싶은데 엄마가 계속 깨우니까 나름의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집 나가서 자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교실이나 도서관 같은 곳으로 가서 잠을 잡니다. 실제로 많은 가정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집 바깥으로 나가는 학생들은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밖으로 떠도는 경향이 있는 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다음 세 가지 이유가 가장 두드러집니다. 첫째, 집에서는 부모님의 감시·감독, 잔소리가 너무 지나치기 때문에 그걸 피하고 싶다. 둘째, 집에 있으면 TV나 컴퓨터와 같은 유혹 요인이 많고 눕고 싶은 생각을 떨쳐버리기가 어렵다. 셋째, 집에 혼자 있으면 불안하지만 친구가 곁에 있으면 위안이 된다.

상당수의 학생들은 잔소리를 피해, 동병상련의 친구가 있으면 마음이 편하기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갑니다. 문제는 집에 있는 시간에 그런 요인을 극복할 수 없다면 어디에 가더라도 공부에 전념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는 학생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경우 언제라도 공부에 몰두할 수 있습니다. 공부는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인데 상당수의 학생들이 부모님의 잔소리 때문에, 부모님의 뒷바라지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공부를 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자녀가 밖으로 도는 가정에서는 이런 점을 잘 헤아려서 적절하게 지도해야 합니다.

일부 학생들은 학교에서 오후 11시가 넘도록 자율학습을 하고 그 이후 시간에도 독서실에 갑니다. 이는 정말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독서실에서 오전 한 두 시까지 있다는 것은 낮 시간의 활기 넘치는 생활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어디에서 공부하든 야행성 습관을 가진 학생은 어떤 경우에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질문하신 어머니께서는 집 밖으로 나가려는 아이를 탓하기 보다는 집안의 분위기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대화로 해결되지 않으면 전문가와 상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윤일현(송원학원 진학지도실장·ihnyoon@hanmail.net)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