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1세기 新보부상] ④도전하는 사람들

"인생 승부" 젊음 밑천 삼아 도전장

▲ 소호무역에 관심을 가진 창업준비자들이 일본 오사카시장을 탐방하면서 물품 구매요령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현지탐방과 교육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이다. 석민기자
▲ 소호무역에 관심을 가진 창업준비자들이 일본 오사카시장을 탐방하면서 물품 구매요령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현지탐방과 교육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이다. 석민기자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과 국내 환율 급등은 한·중·일을 넘나드는 상인들뿐만 아니라 신보부상이 되려는 창업준비자들의 발길까지 얼어붙게 만들었다.

10월 10일부터 15일까지 5박 6일간 일본 오사카 시장탐방 및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교육생은 모두 10명. 평소 50% 수준에 불과했다. 한 주(10월 21~25일) 뒤에 이어진 중국 이우 도매시장 탐방 참가자의 감소폭은 훨씬 컸다. 처음에는 20명이 신청했다가 중간에 10명으로 줄었고, 최종 참가자는 5명에 그쳤다. 그것도 이미 사업을 하면서 자리를 잡은 상인과 취재기자를 빼고 나면 3명이 전부였다.

중국무역 대행업체 SM프라자 조선족 직원 김승호(24)씨는 "예전에는 중·대규모 유통상인들이 주류를 이뤘는데 3, 4년 전부터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소호사업자들도 이우 도매시장을 많이 찾았다"면서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매주 10~20명씩 우리 회사를 방문했지만, 이번 주 방문한 상인은 고작 5명이 전부"라며 걱정했다.

높은 환율과 국내 경기 악화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현해탄과 서해를 건넌 창업준비자들은 나름대로 결연한 목표와 신념을 갖고 있었다.

10년 동안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근무하다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문현준(38)씨는 "신지카토와 같은 특화된 일본 캐릭터에 관심이 있어 3번째 오사카를 방문했다"며 "홈페이지 작업을 마치고, 이번 방문을 통해 개업을 위한 물품을 구매하려 했는데 엔화 강세 때문에 머뭇거려지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업의 수익성을 떠나 올 때마다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일본을 보는 것 자체가 즐겁다"면서 "조만간 다시 일본을 방문해 사업 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의료기전문회사 이사인 임기웅(36)씨도 이번 일본시장 탐방에 합류했다. 의료기기 판매와 함께 노인전문 소품과 의료용품 분야를 사업 아이템으로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목적. 실버용품 시장은 확실히 일본이 앞서 있어 사업계획 수립과 추진에 많은 도움이 됐다는 반응이다.

손해사정인 자격증을 갖고, 국내 대표적 보험사의 소장을 지낸 박모(40)씨는 올해 9월 30일 사표를 내고 본격적인 소호무역을 시작한 경우다.

박씨는 "일본의 경우 안전시설이 잘 되어 있는데, 이를 국내사업에 접목하는 것이 장기적인 구상"이라면서 "쇼핑을 다니며 백화점 등 각종 건물의 안전시설을 눈여겨볼 기회가 많아 소호무역은 사업에 대한 안목과 경험을 키우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사업을 하면서 새로운 아이템을 추가하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부부가 함께 온 조모(32)씨는 중국에서 농산물 공장을 경영하는 어엿한 기업가. 부인이 부산 국제시장에 있는 점포를 이용해 사업을 하고 싶어해 함께 일본에 들렀다.

직장생활과 부동산 중개업 2가지 일을 하고 있는 이모(38)씨는 대구 북구 칠성동 스펙트럼시티 내에 인테리어 소품과 주방용품 가게를 열 준비를 마치고, 매장에 들여놓을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바다를 건넜다.

이씨는 "집사람도 처갓집에서 운영하는 과일도매상에서 일하고 있는데, 추가 소득을 얻으려고 소호무역을 결심했다"면서 "그동안 일본 시장조사를 2번 했고, 점포임대도 마쳤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밖에도 구제의류에 관심을 가진 40대 후반의 건축업자, 마트를 개업하려는 20대 사촌형제, 아파트 주부들을 대상으로 전통적 의미의 보따리 장사를 하려는 50대 아줌마, 다니던 대기업에 사표를 내고 창업을 준비하는 30대 남성 등 소호무역으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려는 사연은 다양했다.

소호무역 경력 10년의 김모(45)씨는 "4, 5년 전만 하더라도 중년 아줌마들을 중심으로 한 전형적인 보따리 장사가 주류를 이뤘지만, 그 이후부터는 20, 30대 젊은이들이 주류로 등장해 정식 통관절차에 따라 사업을 하는 소호무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면서 "젊은이들이 소호무역에 종사함에 따라 사업분야가 특화되고 전문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계명대 김영문 교수는 "실제로 소호무역에 종사하거나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연령별로 분류해 보면 20대 후반에서 30대가 70%를 차지하지만, 성공 가능성은 인생경험과 종자돈을 갖고 있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의 중년층이 높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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