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식이라면 올림픽은커녕 아시안게임에서도 정상권을 지키기 어려울 겁니다."
경북공고가 전국 고교 레슬링의 명문으로 자리 잡는 데 애써온 여정동 교장은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대표팀의 단장으로 7월말 우즈베키스탄에 다녀왔다. 대부분의 학교 레슬링부가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연습 상대마저 구하기 쉽지 않은 우리와 달리 우수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즐비한 것을 보고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그의 예상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박은철이 동메달을 딴 것이 전부였고 1984년 LA올림픽 때부터 2004년 아테네 대회까지 이어온 레슬링 금메달 행진도 멈춰버린 것. 레슬링 인구 자체가 적다 보니 우수한 선수들이 계속 나오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 여 교장의 설명이다.
레슬링 강호 경북공고는 10월 전남 전국체전에서 명성을 재확인했다. 국가대표 상비군인 김관욱(자유형 85㎏급), 임지영(그레코로만형 76㎏급)이 금메달을 따고 김지연(그레코로만형 85㎏급)이 은메달을 획득했을 뿐 아니라 황윤상(그레코로만형 58㎏급), 송상봉(그레코로만형 54㎏급), 이경석(자유형 120㎏급)이 동메달을 수확해 위력을 떨쳤다.
하지만 경북공고 역시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 2학년생이 둘 뿐인 등 선수 14명은 연습 상대가 마땅치 않다. 때문에 레슬링부가 있는 지역 고교인 달서공고, 대구체고와 함께 합동 훈련을 하기도 하고 다른 지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 실전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학교와 지도자의 열정이 없었더라면 척박한 현실을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황상호 경북공고 감독은 "외국에선 초등학교 때부터 레슬링을 배우는데 우리나라는 중학교에 들어와서야 배우는 데다 힘든 운동이다 보니 대부분 쉽게 하려 하지 않는다"면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경제적 지원은 물론 졸업 후 진로를 열어주기 위해 애를 써 그나마 이 정도 숫자의 선수단을 꾸렸다. 이번 졸업생 6명도 모두 대학에 특기생으로 진학했다"고 전했다.
계성초·중을 거쳐 경북체고를 졸업한 김인섭은 지역이 낳은 대표적인 레슬링 스타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은메달, 1998년 방콕과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따냈고 베이징올림픽에는 대표팀 코치로 참가했다. 동생 김정섭 역시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형제 레슬러'로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제2의 김인섭', '제2의 김정섭'이 나타나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여 교장은 "야구처럼 레슬링 붐이 일어 지역에도 실업팀이 생기는 등 관심과 지원이 늘지 않는다면 자질 있는 학생들이 매트를 찾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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