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람사르총회와 우포늪 '엉터리 안내판'

대구의 신천에는 현지 주민이 발견한 공룡 발자국의 보행열이 있다. 이는 이미 15년 전에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대구만한 큰 도시 가운데 이러한 화석이 보존돼 나타나는 현상은 매우 드물고 귀한 일이다. 그런데 신천을 정화하는 공사를 하면서 수중보를 만들어 이들이 2m 수심에 잠겨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관계자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시민이 이러한 사실을 기억도 못할 것이다.

관련 전문가로서 수차례 기회 있을 때마다 공룡의 보행열이 수면 위로 보일 수 있도록 수중보를 옮겨줄 것을 요청했으나 예산 타령에 묵살되곤 했다. 유니버시아드, 세계육상경기대회를 유치하여 많은 나라 사람들이 대구를 방문했고 방문할 것이다. 그때에 그들에게 대구 특유의 자랑거리라고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공룡 화석은 세계 모든 인류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관심이 높다. 박물관의 핵심 전시물이 공룡인 것을 보면 알 것이다. 외국 손님뿐 아니라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공룡 화석을 보여줌으로써 여러 가지 과학적인 상상력을 키울 수 있어 학술자료로서도 의미가 크다. 발견된 지 10여년이 흘러 2m 물속에서 흐르는 퇴적물에 침식되어 현재 발견될 당시와는 많이 달라져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

다음으로 경남 창녕에는 우포늪이 있다. 이 늪을 중심으로 국제 심포지엄을 여러 차례 개최하고 있으며 현재도 경남 창원에서는 국제 환경 단체인 람사르 총회가 열리고 대통령까지 참석하여 축사를 하는 것을 보면 국가적인 행사로 여겨진다.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기사를 보면 하나같이 1억4천만년이라는 연대를 자랑스럽게 내세우고 있다. 중앙의 일간지를 비롯하여 지방의 여러 신문에서, 그리고 인터넷 신문에서 하나같이 이러한 엉터리 연대를 기사화하고 있다. 국영기관인 '코레일 매거진'에는 우포늪 연대에 대하여 1억4천만년이라는 설과 4천만년이라는 설이 있다고 소개하였다. 이렇게 엄청난 연대의 차이 가운데 하나는 완전히 잘못되었음을 암시한다. 하지만 그런 차이조차 모르고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지구상에 현재 보이는 지형의 기복은 100만년 이상 된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지각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고정되어 있다고 해도 지표면의 여러 침식작용에 의해 100만년이면 1㎞ 이상의 기복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표면의 기복은 대개가 수천년 단위이고, 조금 오래된 것은 수십만년 정도의 것들이다. 우포늪 주변의 기반암이 과거 공룡이 살던 중생대 백악기 약 1억년 전에 퇴적된 지층이니까 기반암보다도 4천만년이나 오래됐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를 창녕군과 경상남도에 잘못되었으니 고치라는 글을 보냈으나 받았다는 회신조차 없다. 아직도 우포늪에는 새로 만들었다는 안내판에 여전히 1억4천만년 전이라는 글귀가 있다.

전문가가 잘못을 지적하면 즉시 고치든지 아니면 나의 말이 미덥지 않으면 관련 학회에, 즉 지질학회나 고생물학회에 문의하여 고쳤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 람사르 총회에 참석한 인사 중에 과학자가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이는 국가 망신이다. 국내 지질학자는 한꺼번에 국제적으로 바보가 되는 수모를 겪어야 한다.

양승영 경북대 명예교수·전 한국고생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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