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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상표표시 폐지 2달…주유소 '돈방석'

▲ 한 주유소에서 특정 정유사의 석유제품만을 팔도록 한
▲ 한 주유소에서 특정 정유사의 석유제품만을 팔도록 한 '상표표시(폴사인)제'가 폐지된지 두달이 지났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이를 시행하는 곳은 많지 않다. 하지만 폴사인제를 폐지하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대구 남구의 한 주유소는 매출이 10배까지 뛰었다고 한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지난 3일 대구 남구 대명동 '오일할인마트 동화주유소'. 주유하려는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의 ℓ당 가격은 각각 1천545원, 1천377원. 이날 대구지역 휘발유와 경유의 평균 가격보다 각각 65원, 119원이 싸다. 이 주유소는 다른 주유소와 달리 정유사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 이 주유소는 지난 9월 한 주유소에서 특정 정유사의 석유제품만을 팔도록 한 '상표표시(폴사인)제'가 폐지되면서 거래하던 정유사의 간판을 내렸다. 지금은 두 곳의 정유사와 거래해 기름을 공급받고 있다. 정유사에 지불하는 상표값이 없어진 데다 정유사가 경쟁적으로 싸게 공급해주겠다면 단가를 낮춰 자연히 기름값은 내려갔다. 특히 경유는 새벽 1~5시 ℓ당 30원을 할인해준다. 요즘 하루 매출은 4천만원으로 예전의 10배로 늘었다. 무료 셀프세차장을 운영하는 한편 고객을 대상으로 마일리지 카드를 만들어 쌓은 포인트만큼 기름값을 할인해주는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처음에는 주변 주유소의 반발이 있었다. 주변 정유소 직영주유소가 원가 이하로 판매한 것. 하지만 지금은 인근 주유소들도 기름값 인하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일 남구지역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의 ℓ당 평균 가격은 각각 1천574원, 1천465원으로 8개 구·군 중 가장 싸다.

이 주유소 김중호(42) 사장은 "하루 평균 주유차량이 1천여대에 이른다"면서 "대구지역에 상표가 없는 주유소를 1, 2곳 더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주유소에서 특정 정유사의 석유제품만을 팔도록 한 '상표표지제(폴사인제)'가 폐지된지 두달이 지나면서 오일할인마트 동화주유소처럼 폴사인를 없애는 주유소가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폴사인을 교체하거나 복수 폴사인을 내걸고 여러 정유사의 제품을 파는 주유소는 거의 없다.

폴사인제 폐지에 따라 각 주유소는 특정 정유사의 상표를 게시했어도 혼합판매 사실을 표시하면 다른 정유사의 제품을 팔거나 여러 정유사의 제품을 섞어 팔 수 있다.

주유소업계는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면서 관망하고 있다. 상당수 주유소가 혼합판매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특정 정유사와 맺은 전속계약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 현재 주유소들은 특정 정유사와 배타적인 제품공급계약을 맺고 있어 폴사인제 폐지에도 불구하고 당장 혼합판매에 나설 수 없는 처지이다. 제품공급계약 기간은 주유소별로 차이가 있으나 보통 1, 2년이며, 일부 주유소의 경우 최장 5년까지 계약을 맺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대구지회 관계자는 "주유소들은 정유사와 전속계약 기간이 남아있고 정유사와 담보 문제 등 채권 채무 관계 정리가 쉽지 않아 당장 폴사인을 폐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한 주유소에서 특정 정유사의 석유제품만을 팔도록 한 '상표표시(폴사인)제'가 폐지된지 두달이 지났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이를 시행하는 곳은 많지 않다. 하지만 폴사인제를 폐지하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대구 남구의 한 주유소는 매출이 10배까지 뛰었다고 한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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