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경산 금호천 둔치에 세워둔 차에서 불이 나 운전자가 사망했다. 경찰들은 단순한 사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장에는 정확한 사망원인은 물론 화재원인을 알리는 어떠한 단서나 증거물도 남아있지 않았다. 사건은 미궁에 빠졌고, 그렇게 한달여가 흘렀다.
임도형 경위 등 경북경찰청 과학수사계 요원들은 밤잠도 잊은 채 이 사건에 매달렸다. 그러던 중 뜻밖의 결과를 도출해냈다. 운전자가 만취 상태에서 차량에 시동을 켜놓은 상태로 운전석에서 잠을 자다 무의식중에 가속페달을 밟는 바람에 엔진과열로 불이 났다는 것. 경찰은 한달 뒤 성주의 한 마을 공터에서 재연실험(본지 6월 28일자 4면 보도)까지 해서 자칫 미제로 남을 뻔했던 이 사건을 해결했다.
4일 제60주년 과학수사의 날을 맞아 경북경찰청 소속 과학수사요원들이 대거 표창을 받았다.
경산 화재사건을 해결한 경북경찰청 과학수사계 임 경위는 과학수사요원 사이에서 과학수사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과학수사대상을 받고, 경위로 특진하는 영광도 덤으로 얻었다. 김규창 포항남부서 과학수사팀 경사와 한창현 의성서 과학수사팀 경장도 각각 일계급 특진의 영광을 누렸다. 경산 화재사건을 비롯해 그동안 수많은 사건사고들을 끈질긴 과학수사로 해결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경북 과학수사의 실력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경북경찰청 과학수사계는 지난 1월 현장 증거분석실을 설치하는 한편 병리학·간호학 등을 전공한 전문 검시관, 전문 거짓말 탐지 수사관, 범죄 심리학을 전공한 범죄 분석관, 풍부한 현장 경험을 지닌 과학수사요원들로 팀을 재편했다. 첨단 기술과 우수한 전문가의 만남은 수많은 사건사고를 해결하는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동안 이들은 피해자 치아형태를 통한 연령 추정, 방화 범인의 피부 및 옷 등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그을음 흔적, 현장에서 채취한 혈흔분석을 통한 현장 재구성, 채취된 DNA 감정을 통한 범인의 부계(父系)혈족 추정 등의 단서들을 제공하며 사건 해결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갑수 과학수사계장은 "올 들어 현장 증거분석실을 여는 것은 물론 경북 북부지역을 담당하는 북부분소를 개소하는 등 경북 어느 곳에서 강력사건이 터지더라도 과학수사 네트워크를 구성, 신속하게 현장에 출동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줄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나라 과학수사계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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