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투자 전면허용 조치에 대한 비수도권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와 한나라당이 지방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책 대부분이 당정협의도 거치지 않거나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이어서 지방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마구잡이식 정책 쏟아내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4일 제시한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 신설 추진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줄기차게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 신설을 요구했지만 지금까지 무시해오다가 수도권투자 허용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불쑥 제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임 정책위의장은 지난 7월 "지방소비세는 부가가치의 일부를 떼어내 지방세로 돌려달라는 것인데, 그것보다는 적절한 세목이 있으면 아예 지방세로 넘기는 게 어떻겠나 한다"며 반대한 바 있다.
지난 7월 이후 이 문제와 관련된 당정협의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가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 신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 관련 법안을 이번 회기내에 처리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추가 당정협의를 거쳐 내년에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정작 도입되기까지는 최소한 2년 이상 걸리는 것도 문제다.
수도권 지자체에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제도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 이와 관련, 청와대 박재완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은 5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가 각 자치단체의 경제활동을 유인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높이는 긍정적 기능이 있는 반면 경제력에 따라 재정능력 격차가 확대될 우려도 있어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도권투자 허용으로 인한 개발이익을 지방으로 이전하겠다는 정부 방침도 아직은 백지상태다. 박 수석은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수도권에 공장을 신설하는 사업자의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그렇게 되면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개발이익이 얼마나 될지, 어떻게 지방발전기금으로 전환할지 등에 대해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가 10조원 규모의 증액예산을 편성한 것도 대표적인 선심성 예산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회성 사업 중심의 사회기반시설(SOC) 예산을 일부 확대한다고 해서 지방 경제가 살아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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