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 연탄배달 왔습니다 "사랑의 불 지피세요"

▲ 아마추어 사진동호회
▲ 아마추어 사진동호회 '포토053' 회원 30여명은 대구 서구 비산동에서 '사랑의 연탄배달'을 해 어르신들을 즐겁게 했다. 최영화 시민기자

"너무 고맙지요. 이렇게 찾아주니 얼마나 반갑고 좋은지…젊은이들, 고맙소." 서태식(85· 비산동) 할머니의 눈에 눈물이 그렁하다.

입동을 며칠 앞둔 11월 2일 오후 1시 대구 서부초등학교 앞. 연탄을 가득 실은 트럭 한 대가 선남선녀 30여명과 함께 홀연히 나타났다. '사랑의 연탄 배달'을 위해 팔 걷고 나선 이들은 대구경북지역의 아마추어 사진 동호회 '포토053'회원들이다.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카메라 초점이 이웃사랑에 맞춰진 날이었다. 동호회 회장(김태현·36)을 선두로 회원들은 장갑을 하나씩 나눠 끼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포토053은 해마다 뜻있는 일부 회원들을 중심으로 사회단체와 연계해 어르신 장수(영정)사진 촬영 등의 봉사활동을 해왔다.

올해는 동호회 전체로 번진 나눔의 현장이어서 분위기가 진지했다. 사랑의 연탄은 회원들의 정성을 모아 1천장을 구입해 어려운 이웃 10가구에 각 100장씩을 전달하기 위해 준비했다. 대상은 비산2·3동주민센터의 추천을 통해 선정했고 영세 홀몸 어르신들에게 집중 배달했다. 이날 서구문화복지센터(대표 장태수)에서도 연탄배달에 힘을 보태 사랑의 온도를 더 높였다. 트럭에서 손수레로 연탄을 옮기는 손놀림이 분주했다. 다양한 연령의 남녀가 몇 명씩 조를 이루고 곧 손수레가 하나 둘씩 목적지로 출발했다.

집 앞에 이르자 어르신들이 먼저 나와 환히 반긴다. 연탄은 손에 손을 타고 창고로 들어갔다. 마치 인간 컨베이어를 연상케 했다. 어느새 할머니 집의 창고에는 까만 사랑이 차곡차곡 쌓였다. 김 회장은 "이런 나눔은 해마다 이어질 것"이라며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자기만족과 성취감을 갖게 되면서 내실 있는 모임으로 거듭나게 됐다"고 말했다.

일순간에 산더미 같던 연탄은 제 주인을 찾아갔다. 회원들의 빈 수레에는 사람과 사진을 사랑하는 마음이 한껏 쌓였고 그들의 사랑의 온도는 계속 상승할 기세다. 이 동호회는 12월 말까지 기금모금을 통해 내년 1월, 2차 사랑의 연탄배달도 추진할 계획이다.

포토053(www.photo053.com)은 1995년 결성 후 회원이 1천명을 넘어서는 대구 최대 규모의 인터넷 사진 동호회. 매월 정기촬영과 매년 작품전시회 등을 꾸준히 열어 사진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 지난 10월 31일부터 열리고 있는 '2008 대구사진비엔날레'에 여러 회원들이 작품을 출품했다.

최영화 시민기자 chyoha618@hanmail.net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