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 정직성이 생명이다

청소년. 눈이 시리도록 푸르고 싱싱하고 정의에 불타며 무엇보다도 정직한 이름이 아닌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온 한국 청소년의 반부패 인식지수가 10점 만점에 6.1이라니, 이 나라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청소년 18%가 '10억을 번다면 10년을 감옥에 가도 좋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서 성인들의 반부패지수는 몇 점이나 될까, 참으로 참담하고 두려울 뿐이다. 아침이 조용한 나라에서 백의민족으로 살아온 은근과 끈기의 후손들이 이렇게 된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우리 선현들의 말씀은 세살 먹은 아이도 안다. 하지만 이 말이 우리들의 삶 속에 뿌리를 내리는 것은 왜 그렇게 어려운 것인지! 부정부패는 못 배운 사람보다도 더 많이 배운 사람들이, 가진 것이 없는 자 보다 더 많이 가진 자들이, 권력이 없는 자 보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보통사람 보다는 존경(?)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저지른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 참담한 현실을 치유할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평생동안 선진국, 후진국 등 40여 개 국을 다니면서 도대체 선진국과 후진국은 무엇이 다르며, 무엇이 선진국을 만드는 요인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여러 나라 국민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사고방식과 고유한 문화 그리고 생활양식을 배우면서 느낀 점은, 그토록 다양하고 독특한 문화 속에서도 인간의 기본적인 삶의 모습은 유사하다는 것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선진국은 인재를 중요시하는 창의적 교육정신을 바탕에 둔 수월성 교육을 시키는 훌륭한 교육제도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선진국 국민은 정직하고, 책을 많이 읽으며, 여성의 사회활동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 시대에 선진국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길은 국민의 정직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정직성은 인간관계와 사회에 믿음과 신뢰를 주는 묘약으로서 인간 모두가 추구하는 자유의 원천이며, 이 자유는 곧 인간조건의 신비와 매듭을 푸는 열쇠로서 바로 삶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의 독서력은 그 국가의 성장 동력이며 동시에 정직성을 회복하는 촉매제 같은 역할을 한다.

또한 여성인력을 많이 활용하는 것도 선진국들이다. 공직사회에 여성인력이 많으면 보다 깨끗해질 것이라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거의 모든 부정부패는 국가제도를 만들고 관할하는, 힘 있는 공무원과 그리고 권력있는 자들과 직간접으로 연관이 있다. 국민에 의해서 선출되어 국가의 법을 만들고 그 법을 수호해야할 국회의원들이 여야 할 것 없이 동료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부정행위를 눈감아주고 서로 보호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 자체가 범법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국민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입을 다물고 귀를 열어 놓으라고 충고하고 싶다.

입시준비를 위한 책 이외에 다른 책을 읽을 수 없는, 그래서 인성교육과는 거리가 먼 이 땅의 청소년들은 지도층의 부정부패를 보면서 자란 진정한 피해자가 아닌가?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고 하는데, 청소년들의 가슴에 드리우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몰아내는 방법은 사랑이 있는 가정에서 시작해야 한다. 부모라는 윗물이 맑으면 아이들은 정직할 수밖에 없다. '땀의 미학'을 알고 부지런히 일하면서 땀 흘리고 정직하게 사는 부모의 삶이 아이들에게는 가장 훌륭한 생명력이 있는 교과서이다.

우리는 분명 균형감각을 상실한 무한 경쟁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는 자연과학이 인문사회과학과 함께 어우러진 교육을 통해서 균형감각을 회복하고 '느림의 미학'을 위한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 국민 모두의 소망이 있다면 바로 정직한 정부, 정직한 공무원이다. 이와 함께 힘 있는 자, 교육자 그리고 공정한 언론과 함께 믿음과 신뢰가 넘치고 정직하고 자유로운 사회에 살고 싶은 것이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장인순 한국원자력연구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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