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조형사진작가 정재규

"사진을 소재로한 작업은 끝이없죠"

대구아트페어와 대구사진비엔날레에서 다소 낯선 조형사진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정재규(59)씨. 최근 그는 1997년 유럽작가 5명과 함께 결성한 '그룹 노방브르' 전시로 유럽사진의 흐름을 소개하고 맥향화랑(14일까지)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을 통해 독특한 조형사진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을 '조형사진작가'라고 소개한 정씨는 서울대 회화과 출신이다. 아침이슬의 가수 김민기와 동기동창이다. 그가 파리에서 30년 동안 작품활동을 하면서 그림이 아닌 사진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89년부터다. 사진이 눈에 보이는 세계뿐 아니라 그 이면의 비가시적인 세계까지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사진에 자신의 색깔을 입히는 조형사진작업을 시작했다.

조형작업의 도구로 선택한 것은 '올짜기'. 사진을 5~10㎜의 폭으로 길게 잘라서 기하학적으로 재구성하거나 가로 세로 엮는 과정을 통해 본래의 이미지를 변형 확대하는 방법이다. 반복적이고 대칭적인 작업으로 리듬성과 조형성까지 획득한다.

"올짜기라는 노동을 통해 사진 이미지의 순간적 변모를 조성하는 작업입니다."

올짜기를 노동으로 비유한 정씨는 요즈음은 포장종이와 사진을 오려서 교차하는 작업에 몰두하고있다. 왜 누런 포장종이냐는 질문에 '우연이다'고 했다. "올짜기 재료가 다 떨어졌을 때 우연히 아뜰리에 한구석에 세워져 있는 포장종이 두루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이 때부터 포장종이와 사진이 함께하는 올짜기 작업이 시작됐다"고 한다. 그는 '오늘'을 상징하는 포장지를 매개로 중국의 모택동을 현재의 모습으로 엮어내고, 신라의 다보탑에 오늘의 옷을 입힌다.

대구가 고향이기 때문인지 그의 작업에는 경주 사진이 자주 모티브로 등장한다. 경주 남산의 불상, 석굴암 불국사 모습, 불국사의 연못, 다보탑과 석가탑의 사진이 올짜기 작업을 통해 현재의 율동성과 생명성을 얻고 있다. 경주에 특별히 집착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다보탑은 정말 아름다운 탑이다. 세계가 주목해야 할 만큼 아름다운 조형성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90년대 중반, 국내에 조형사진을 소개하면서 한때 그는 사진과 회화 모두로부터 이단아 취급을 받기도 했다.

"사진이란 소재를 통한 작업은 무궁무진합니다. 앞으로 그 변화를 기대해 달라"는 정씨는 1991년 파리에서 소나무미술가협회를 창립했으며 최근에는 '아트 베이징 20008' '2008아트 타이페이'에 참여하는 등 세계적인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조형사진이란? = 사진에 의한 정밀한 묘사력에 의존하면서도 대상의 기록이나 복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조형미술을 목적으로 제작된 사진을 말한다. 따라서 조형사진에서는 무엇이 어떻게 찍혔는가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그림과 마찬가지로 미의식이나 예술의욕의 표현으로서 그 존재가치가 인식된다.

◆정재규 작가 약력

▷1974년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1978년 프랑스로 떠남

▷1979년 일본 마호화랑전시

▷1995년 1회 도쿄사진비엔날레 수상

▷2000년 프랑스 파슨스 파리화랑 전시

▷2001년 프랑스 비엔날레 수상

▷2003년 프랑스 헤데스 세비라화랑 전시

▷2006년 마미아 프레데쉐화랑 전시

▷2008년 인사 아트 갤러리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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