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의대 미생물학 교실 조동택(59) 교수는 별난 와인 애호가다.
사실 조 교수는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소문난 주당이었다. 일주일에 3,4일은 술에 절어 살았고, 한 번 마시면 끝장을 보고 마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어느 한순간 조 교수의 음주문화가 완전히 바뀌었다. "술을 끊은 날짜를 지금도 정확하게 기억합니다. 1995년 2월 18일이었죠. 너무가 갑자기 폭탄주가 혐오스러워졌고, 그때부터 술을 끊고 매일 와인 1잔을 마시기 시작한 게 벌써 10년을 훌쩍 넘겼네요." 그는 "아마 내가 유명해진 건 와인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술을 마셔대다가 느닷없이 술을 끊은 때문인 것 같다"며 "와인을 알았기에 술을 끊을 수 있었고, 금주 이후에는 와인 이외의 술은 절대 입에 대지 않는다"고 웃었다.
조 교수는 1980년대 미국의 한 와인스쿨을 통해 와인의 매력에 처음 빠져들었다. 알면 알수록 와인이 좋았고, 노트까지 따로 만든 뒤 자료들을 정리하고 모으기 시작한 것. 이런 그가 와인 전문가로 소문나기 시작한 건 1990년 와인 품종과 지명별 특성, 안주 선택법 등을 담은 '와인 실렉터(wine selector)'를 직접 제작하면서부터다. 조 교수가 만든 와인 실렉터는 봉투 모양으로, 3개의 크고 작은 창이 뚫려 있다. 한쪽 면엔 빨간색 글씨의 레드와인 품종, 다른 면에 파란색 글씨의 화이트와인 품종 이름과 발음을 표시했고, 봉투에 딱 맞게 들어가는 종이를 안에 넣고 오르내리면 품종별로 와인의 맛과 질감, 마시기 적당한 온도, 생산국가, 어울리는 안주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예를 들어 레드와인 품종의 대명사인 '꺄베르네 쇼비뇽'은 단맛이 적은 드라이한 느낌에 풀바디(진한 맛) 질감이 특색인데, 화씨 65℃에서 치즈나 스테이크, 샐러드 류와 함께 먹으면 좋다는 식이다.
93년부터 이 같은 와인실렉터를 지인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한 조 교수는 "와인 노트 내용을 알기 쉽게 정리한 것인데, 심심할 때 가지고 놀 수 있는 가벼운 장난감으로 선물한 것"이라며 "그렇게 나눠주다 보니 벌써 2천장 넘게 인쇄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와인경력 30여년의 조 교수가 즐겨 마시는 와인은 어떤 종류일까? 처음 들어보는 고급와인 이름이 나올까 바짝 긴장했지만 의외로 주변에서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테이블 와인을 제일 좋아한단다. '꺄베르네 쇼비뇽'이나 '메를로'같은 레드 품종을 즐겨 마실 뿐 가격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 조 교수는 "내게 맞으면 최고 와인"이라며 "고급 와인을 마셔봤나, 안 마셔봤나를 기준으로 상대방을 평가하는 건 정말 어리석은 짓"이라고 했다.
고급 와인의 맛에 대한 그의 설명도 참 독특하다. 어디까지나 조 교주 기준이지만 비싼 와인일수록 아주 좋은 막걸리를 마신 뒤 느껴지는 구수한 뒷 맛이 난다는 것. 그는 "혀에 살짝 얹어 이 사이로 바람을 들이키듯 마신 뒤 여운을 즐겨보라"며 "이렇게 자꾸 마시다보면 내게 맞는 와인이나 고급 와인의 느낌을 자연스레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또 와인을 지나치게 즐기면 자칫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와인에 동물성 지방의 분해를 촉진시켜 체지방이 쌓이는 것을 막아주고 자외선에 의한 피부노화를 방지해 주는 작용을 하는 '폴리페놀'이란 성분이 있어 몸에 좋은 건 분명하지만 어떤 와인이든 보존 방부제가 들어가 한번에 1병 이상 마시면 간에 무리가 오기 때문에 하루 1,2잔씩 음식으로 생각하고 즐기는 게 가장 좋다는 것.
그는 "건강에 좋다고, 누가 마시니까 따라 마시는 식은 곤란하다"며 "와인은 와인일 뿐이고, 그저 즐기면 그만이지 다른 것에 의미를 둘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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