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바마 집권 이후 대구·경북 경제 영향은?

지역 車부품·섬유, 보호무역 강화 우려에 긴장

미국의 새 대통령 오바마. 그의 집권 이후 대구경북 경제의 '대차대조표'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전문가들은 대미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섬유와 기계·금속 등 수출로 먹고 사는 지역 업계 입장에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오바마가 당선된 날, 뉴욕와 유럽 증시는 폭락했다. 세계 경제를 둘러싼 악재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 금융시장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산업현장의 긴장

대구경북 경제를 이끌어가는 자동차부품 및 섬유업계는 걱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보호무역정책을 쓸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미국 민주당 정부는 노동조합을 지지기반으로 갖고 있다. 오바마 역시 미국 최대 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UAW)를 뒷배경으로 삼고 있다. 때문에 미국이 산업현장의 근로자들을 감싸기 위해 자동차산업 보호에 나설 가능성이 예고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 자동차업계도 국내에서의 직수출보다는 미국 현지 공장 증설을 통해 미국 시장을 두드리는 시도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 자동차부품업계 역시 완성차 공장을 따라서 미국에 더 많은 설비를 깔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지역의 차부품 1차밴더들은 현대·기아차를 따라서 앨라배마와 조지아주 등에 잇따라 설비를 만들고 있다. 오바마 집권 이후 자동차산업에 대한 보호무역 장벽이 나타나면 통상마찰을 피하기 위해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미국내 생산이 더 늘어나게 되고 지역 차부품업체들의 해외 진출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차부품업체들이 엄청난 해외 현지 설비투자 부담을 안아야 하는 것은 물론, 지역의 일자리도 위협받을 수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이후 새로운 르네상스를 꿈꿨던 섬유업계도 걱정하기는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소비국가인 미국 시장은 우리 섬유업계의 가장 소중한 시장 중 하나인데 오바마가 보호무역정책을 쓰면 협상 타결 이후 지역 업계가 가졌던 기대가 물거품이 된다는 것이다.

대구지역 한 섬유업체 CEO는 "우리 지역에서 섬유산업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미국도 고용비중이 큰 섬유산업을 매우 귀중하게 생각한다. 보호무역정책을 쓰는 대통령이 집권하면 섬유산업에 대한 보호장벽이 쳐질 것이다. 한미FTA 협상 이후 관세장벽이 무너지면서 대미 수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중국 섬유의 대미 수출도 동시에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데 이 역시 우리 업계에는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포항의 철강, 구미의 전자업계도 보호무역 장벽에 대한 우려를 함께 나타내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소는 5일 '오바마 당선의 의미와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통상 질서가 급격히 바뀔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 한·미간 통상마찰이 급증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민주당이 다수인 의회와 오바마 행정부는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고 있어 각종 규제 강화가 불가피하다"며 "자유무역으로 인한 피해 업종과 노동자 단체의 자유무역 반대에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중국 등 비(非)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통상압력이 높아지고 노동과 환경 기준을 반영하도록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며 "특히 무역 불균형에 놓여있는 기업으로부터 반덤핑, 상계관계, 슈퍼 301조 등 제소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시장 안정 가져올까?

오바마가 당선된 5일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무려 500포인트 가까이 폭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486.01포인트(5.05%) 떨어진 9,139.27에 거래를 마쳐 9,100대로 주저앉았다.

다우지수는 장중에는 500포인트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 이는 대선 다음날 하락폭으로는 사상 최대폭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금융시장에서 오바마 효과는 일단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시장이 오바마를 의심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5일 "민주당의 행정·의회 장악 이후 규제강화, 친노동자정책, 사회적 비용 과다 지출 등의 정책으로 기업 환경을 위협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썼다.

결국 오바마가 단시일내에 '효과적인 액션'을 보이지 못하면 시장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빠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의 당선이 확정된 5일 "현 세계 경제위기에 대한 오바마의 반응이 나오기를 전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환율 폭등 공포 재연되나?

한편 오바마의 당선 이후 미국이 강한 달러정책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 외환시장에 드리워진 환율 폭등 공포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강한 달러 정책의 근거와 관련,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비와 금융시장 신용경색을 해소하는데 필요한 대규모 구제금융, 그리고 2차 경기부양을 위한 원활한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강한 달러 정책을 수용한다면 앞으로 몇 달 동안 지난 4개월간 지속됐던 달러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의 템퍼스 컨설팅 자본시장담당 그레그 살바지오 수석 부사장은 5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의 승리로 미국이 매우 강한 달러 정책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며 그 이유로 미국이 벌이는 2개 전쟁과 구제금융, 실업률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공공근로 프로그램에 드는 막대한 자금 조달용 차입 문제를 제시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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