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페기행]침실카페 '투해븐(TOHAVEN)'

"친구 집처럼 침대에서 편안하게 차 마셔요"

시내를 돌아다니다보면 한두시간만 걸어도 피로가 엄습해온다. 하이힐을 벗어던지고 싶은 순간이 오는 것이다. 커피숍에 들어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딱딱하고 작은 의자는 "빨리 마시고 빨리 나가라"고 말하는 듯하다. 박선경 사장은 그 점에 착안, 새로운 카페를 구상했다. '친구집에 놀러간 것처럼 침대에서 편안하게 차를 마실 수는 없을까'하고 말이다. 그래서 그는 지난 7월, 침실카페 '투해븐(TOHAVEN'053-256-5227)'을 열었다. 투해븐에는 130여평의 넓은 매장에 180㎝×180㎝ 크기의 6인용 철제침대 9개와 2인용 소파 7개가 놓여있다. 침대는 인조가죽으로 만들어져 위생적으로 문제가 없고 침대 가장자리엔 레이스 커튼이 드리워져 한결 아늑한 느낌을 선사한다. 침대에는 신발을 벗고 올라가 편안하게 다리쉼을 하고 있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그렇다고 침대가 연인들의 '밀실'역할은 하지 않는다. 커튼은 치지 못하도록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독특한 컨셉트의 이 카페는 단번에 입소문을 탔고, 이제 주말이면 줄 서서 침대를 찾는 명소로 떠올랐다.

"여자들은 친구집에 가면 침대에 올라가 밥도 먹고 수다도 떨고 술도 마시거든요. 그래서 20대 여성들을 타깃으로 했는데, 의외로 어린 아이와 함께 오신 가족단위, 외국인 등 연령대 구분없이 많이들 찾으세요. 특히 아빠와 아기를 여기에 두고 시내에서 마음껏 쇼핑하는 엄마들도 많아요."

인도식 좌식 바는 많지만 침대를 매장에 직접 설치한 카페는 전국적으로도 드물다. 대구에선 물론 처음이다. 이 때문에 시행착오도 많이 겪어야 했다. 가장 편한 자세를 위해 연구 끝에 지금의 침대가 탄생했다. 너무 편안해서 고객회전율이 낮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지만 그것은 생각의 차이다. "보통 커피숍에 가면 여자들은 최소 두 시간은 앉아있거든요. 여기도 마찬가지예요."

이 카페에 침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매장이 워낙 넓다 보니 유리벽으로 분리해놓은 흡연실도 있고 일반 테이블도 10여개나 된다. 자신이 원하는 분위기의 테이블을 찾으면 된다.

아직은 '침실카페'로만 알려졌지만 알고보면 제대로된 신선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카페는 터키산 로스팅 기계를 매장에 직접 갖다놓고 생두를 볶아 신선한 커피를 내린다. 시내에서 로스팅 기계를 볼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대부분 프랜차이즈 커피점들은 본사에서 이미 볶은 원두를 받아 쓴다. 박 사장은 "볶은 후 15일이 지난 원두는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커피에는 오래된 원두에서 나오는 기름기 없이 신선하다. 아메리카노 뿐만 아니라 카페라떼 등 커피를 마시고 나도 입안이 개운한 것이 특징. 한동안 입안에 고소한 커피향이 감돈다. 매장에서 볶은 원두를 판매하기도 한다.

박 사장은 "볶은 후 3일째 되는 원두가 가장 맛있다"면서 "15일부터는 원두의 맛이 변질되기 시작해 길어도 한달이면 탁하고 껄끄러운 맛 때문에 제대로된 맛을 내기 힘들다"고 귀띔한다.

아이스커피를 주문하면 쉐이킹을 해주는 것도 특징. 커피에다 얼음만 채워주는 아이스커피와는 차원이 다르다. 바리스타가 손으로 직접 쉐이킹한 아이스커피 위엔 진한 거품이 덮여있다. 거품은 커피의 맛과 향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준다. 신선한 맥주에 거품이 필수인 것과 같은 원리라고 한다. 박 사장은 "독특한 컨셉트 뿐만 아니라 커피 맛으로 승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에스프레소 2천500원, 아메리카노 3천원, 카푸치노 3천500원, 카페모카 4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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