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명의]영남대의료원 신동훈 교수

"피부병 물렀거라"

피부는 인체의 제1 방어선이다. 체중의 약 16%를 차지하며 모두 펼치면 남자는 평균 1.9m², 여자는 1.6m²에 이른다. 각종 유해성분과 자극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피부는 인체의 가장 큰 기관이며 바깥층에서부터 크게 표피, 진피, 피하조직의 독특한 3개층으로 나눠지고, 부속기관으로 털, 피지선, 땀샘, 모세혈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피부에 생기는 병은 다른 부위와 달리 겉으로 쉽게 드러나 혐오감을 동반하기 때문에 환자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피부병리학을 전공한 영남대의료원 피부과 신동훈 교수는 피부에 생기는 다양한 병의 원인'발생'경과 및 변화를 밝혀 치료와 예방에 공헌하는 전문의다.

어느 의료 분야나 마찬가지이지만 피부과에서 병리학의 역할도 지대하다. 병의 원인을 알아야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다는 당연한 진리 때문이다. "피부병의 가장 큰 특징은 병의 증세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것입니다. 피부 자체에 생기는 병도 다양하지만 인체의 다른 장기에 이상이 생겨도 피부병 증세가 나타날 수 있죠" 신 교수는 "몇달 전 피부 반점 때문에 병원을 찾아온 환자가 있었는데 조직 검사 결과 심장에 생긴 종궤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처럼 피부병의 다양한 원인을 밝혀내는 일이야말로 피부병리학의 존재 이유"이라고 했다.

1988년부터 피부과 진료를 시작해 올해 진료 20주년을 맞는 신 교수는 2000년부터 1년간 미국 UCSF 피부병리 연수를 통해 선진 치료기법을 익혔다. "미국의 백인종은 피부가 희기 때문에 우리보다 훨씬 다양한 피부병에 시달립니다. 전체 암 가운데 피부암 발병 순위가 3위를 차지할 정도죠." 신 교수는 "미국에서의 1년은 다양한 피부병들을 연구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2001년 귀국한 그는 피부병리 연구와 함께 피부미용 진료를 함께 보고 있다. 신 교수의 주요 진료분야는 오타모반이나 기미 같은 색소성 질환. '오타모반'은 몽고반점처럼 푸르스름한 점이지만, 자연적으로는 없어지지 않는 피부병으로, 눈 주변이나 이마'광대뼈'뺨에 주로 생기는데 증상이 심한 경우는 눈의 흰자위나 눈꺼풀 속에 생기기도 한다. 건강상으로는 이상 없지만, 어려서부터 타고나 병을 앓는 아동이 외모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조기에 치료해 주는 게 낫다. 기미는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자외선이나 유전으로 인해, 그리고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인해 임신이나 출산 후에 짙어지는 색소를 말한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기미는 대체로 피부 깊은 곳에 색소가 위치한 진피형 기미가 많아 피부 겉에서 아무리 좋은 미백 화장품을 발라도 실제로 그 효과를 보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의료기술의 발전은 오타모반과 기미 치료에 획기적 발전을 가져왔다. 화학박피술 같은 예전 치료는 일상 생활에 지장과 불편을 초래했지만 지금은 간편하고도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한 첨단 기기 개발이 잇따르고 있는 것. 특히 영남대가 지역 대학에서 유일하게 보유한 최신 피부레이저 치료기(Dual Pulsed ND YAG Laser)는 기미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첨단 기기다. 피부조직에 대한 손상과 흉터 걱정 없이 기미부위 멜라닌 색소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새로운 치료기법을 활용한다.

신 교수는 이 같은 피부미용 진료와 병행해 그의 주전공인 피부병리 연구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그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연구는 모낭(毛囊=내피 안에서 모근(毛根)을 싸고 털의 영양을 맡아보는 주머니)과 땀샘(에크린선) 같은 피부부속기 분야로 2005년, 2008년 두차례에 걸쳐 '한국인의 정상 두피 조직의 횡단절편 소견을 이용한 모낭 분석' 논문을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금까지는 종단절편 연구가 대부분이었지만 횡단으로 자를 경우 더 많은 모낭 수를 관찰할 수 있고, 이 논문은 횡단 분석 결과 한국인 모낭수가 백인보다 적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신 교수는 "어렸을때 여드름이 많이 나 자연스레 피부과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어마어마한 피부병 분류에 학문적 호기심이 발동해 이 분야를 전공하게 됐다"며 "눈에 보이는 질환이라 남다른 정신적 고통을 받는 피부병 환자들이 치료를 통해 삶의 새 희망을 찾아갈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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