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5곳 로스쿨이 첫 입학생을 뽑는다고 부산한 모양이다. 이번 주 서류심사 1단계 합격자를 선발한 뒤 다음 주부터는 최대 관문인 2단계 면접전형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최종 2천명이 내년 3월 로스쿨에 입학한다. 평균 7대 1 경쟁을 뚫고 영광의 문턱을 밟는 것이다. 겉으로 보면 로스쿨은 차질 없이 굴러가는 모양새다. 그런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불확실성 투성이다. 이런 주먹구구식을 사법개혁이라 하는가 싶을 정도다. 아무 룰도 없는 경기장에 선수들을 불러들여 시합부터 붙이는 격이다.
현재 나와 있는 운영 방안은 '로스쿨 3년 뒤'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졸업 후 변호사시험을 거쳐 법조인으로 내보낸다는 큰 틀만 정해져 있을 뿐이다. 변호사시험에서 얼마를 뽑을지, 탈락자 처리는 어떻게 할는지, 판검사 임용은 어떻게 할지, 아무 것도 마련해 놓지 않고 있다. 무작정 로스쿨 개원부터 서두른 탓에 입구는 열려 있어도 출구 쪽은 캄캄한 것이다.
로스쿨은 전문대학원 과정을 통해 질 높은 법조인을 양산하겠다는 취지다. 다양한 학부를 졸업한 학생들에게 3년 법학 교육으로 이론과 실무에 두루 밝은 변호사를 길러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가 돌아가게 하겠다는 거다. 하지만 진행 과정을 지켜보면 이게 과연 가능할지, 도통 모르겠다. 지난 8월 로스쿨 첫 관문인 법학적성시험(LEET)에서 법학전공자는 30%를 약간 넘었다. 바꿔 말해 법학 지식 없이 로스쿨에 직행하려는 경우가 70%이다. 그 자체를 나무랄 건 아니나 로스쿨 교육시스템이 대거 몰리는 비법학전공자들을 감당할 수준이냐는 거다. 전문가들 중론은 지금 짜놓은 단기코스로는 이론과 실무에 통달한 우수 법조인 배출은 기대난망이라는 것이다.
올해 사법시험 합격자를 보면 법학 전공이 대다수(81%)다. 나머지 비법대 출신도 대학에서 일정 시간 법학을 수강한 경우다. 현 제도에서는 최소한의 법학 강의(35학점)를 이수하지 않으면 응시 자격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나 시험 칠 수 있던 옛날과 달리 법학의 기본적 소양을 강제하는 것이다. 합격하는 데도 보통 4~5년은 법서와 씨름해야 한다. 그러고도 사법연수원 2년의 강도 높은 실무훈련을 거친다. 이중삼중의 관문을 통과해야 비로소 법조인의 길에 들어서는 것이다.
그런데 로스쿨은 이 모든 것들을 3년 만에 끝내겠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시작한 일본도 로스쿨 졸업 후 1년 과정의 실무수습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자격시험 합격자를 곧바로 실무에서 써먹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우리도 대한변호사회가 얼마 전 '2년 수습 변호사'제도를 제안했지만 반대에 밀렸다. 변호사회 밥그릇을 지키려는 발상이라는 것이다. 누가 봐도 의미 없는 반발인 게, 처음 2년만 변호사회 진입이 막힐 뿐 그 뒤로는 지속적으로 일정 규모가 흘러들어가는 구조여서 집단이기주의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현재 로스쿨 인원 2천 명도 몇 명을 변호사로 내보낼지 정해진 바 없다. 대략 80%선이라고 하나 확정사항도 아니다. 일본의 70~80% 목표를 본뜬 눈치인데, 그런 일본은 지금 예상치 못한 시행착오에 부닥쳐 있다. 올해로 세번째인 일본 신사법시험의 합격률은 첫해 48%, 지난해 40%에 이어 올해는 고작 33%다. 전국 74개 로스쿨 가운데 합격자가 전무하거나 한자릿수인 경우가 태반이다. 불과 몇 년 만에 사정이 이러하자 로스쿨 통폐합 논의로 시끄럽다. 우리 역시 일본과 똑같은 길을 밟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우리 또한 변호사시험에서 科落(과락)과 응시 제한(5년 내 3회) 제도를 두고 있어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합격률은 당초 기대치를 크게 밑돌 수밖에 없다.
로스쿨 도입은 3만 명에 이르는 이른바 고시낭인을 해결하자는 것도 한 이유다. 그럼에도 일본에서 보듯 로스쿨 또한 심각한 고시낭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억대 수업료를 내고 졸업한 경우들이다. 골치 아픈 사회문제로 대두할 것이다.
이러한 혼돈을 빤히 내다보면서도 그냥 두는 것은 무책임이다. 정부의 직무유기다. 법무부든 어디든 하루빨리 총대를 메고 달려들어야 한다. 지금보다 나아야 사법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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