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용(義勇)! 국어사전에는 '의를 위하여 일어나는 용기, 충의와 용기'라고 나와 있다. 자기 혼자만 살아남으려 아득바득하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사전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단어로 전락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갈수록 의용이란 말이 희석되고 있지만 '의용'이란 기치를 내걸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아직까지는 남아 있다.
전국적으로 12만여명에 이르는 의용소방대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각 소방서 산하에 지역별로 구성돼 있는 의용소방대는 단순한 친목 단체가 아니다. 엄연히 지방자치단체장으로부터 임용장을 받아 대원이 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대원이 되는 데에는 별도의 심사도 받아야 한다. 불이 났을 때 의용소방대원들은 소방관들과 함께 현장에 출동, 불을 조기에 진화하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을 주된 임무로 하고 있다.
화재 예방·진화의 조력자, 의용소방대!
대구시소방본부 동부소방서 불로지역의용소방대(이하 불로소방대). 80여개에 이르는 대구지역 의용소방대 가운데 가장 활동이 눈부신 단체로 자타가 공인하는 의용소방대다. 대원 수가 40명인 불로소방대는 지저·불로·도평·공산동을 그 권역으로 삼고 있다. 대원들은 30대 중반부터 5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며 남녀 각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부동산 중개업을 비롯 식당 운영, 건축업, 설비업체 운영, 세일즈맨, 석유 판매업 등 대원들의 직업도 다양하다.
의용소방대인 만큼 불로소방대 역시 불을 예방하고, 화재가 났을 때 신속하게 진압하는 데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다. 팔공산을 비롯 산야가 많은 곳을 담당하기 때문에 화재 예방 및 조기 진화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는 것. 박정우(52) 불로소방대장은 "매년 정월 대보름에 팔공산 동사화 집단시설지구에서 산불예방 기원제를 지내고 있다"며 "대원 모두가 지역 지리를 잘 아는 만큼 불이 났을 경우 현장에 재빨리 출동, 조기진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얘기했다. 팔공산에서 산불예방 기원제를 지내는 것은 불로소방대가 유일하며, 그 덕분인지 팔공산에 큰 불이 나지 않았다는 게 한 대원의 귀띔. 불을 예방하기 위한 캠페인 및 주민과 소방서와의 가교 역할에도 불로소방대는 앞장서고 있다.
어려운 이웃의 따뜻한 동반자!
95년에 결성된 불로소방대는 지역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에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지난 달 27일 박 대장과 이재후(34) 대원과 함께 홀몸 어르신인 김의환(71)씨가 사는 집을 찾았다. 불로동에서 토끼를 키우고, 합판 수거 일을 하는 김씨는 제대로 된 집이 없어 겨우 비바람만 피할 수 있는 곳에서 생활을 했었다. 김씨의 딱한 사정을 들은 불로소방대는 대원 모두가 출동, 3일 동안 구슬땀을 흘린 끝에 13.2㎡ 가량 되는 집을 새로 지어줬다. 지난 달 22일 완공된 집은 방 하나에 부엌을 따로 갖췄으며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고 전기로 난방까지 돼 따뜻하다. 집을 지을 무렵 비가 내렸지만 불로소방대원들은 몸을 사리지 않고 집을 짓는 데 구슬땀을 흘렸다.
새 집에 살게 된 김씨는 "그 전에는 밖에서 살다시피해 추위에 시달렸는데 이제부터는 따뜻한 집에서 겨울을 나게 됐다"며 "의용소방대원들이 찾아와 집을 지어줘 너무 고맙다"고 했다. 불로소방대는 김씨가 사용하는 전기와 수도 요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집을 지은 후에는 청소, 설거지와 함께 쌀과 김치를 전달하기도 했다.
불로소방대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 40명을 해마다 선정, 김치와 쌀을 전달하는 봉사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김치와 쌀을 전달하는 대상은 홀몸 어르신들과 소녀소녀가장들. 분기별로는 생활필수품을 전달하고 청소봉사도 하고 있다. 올해 어버이날에는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건강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기도 했다. 이 대원은 "선배의 권유로 불로소방대원이 됐다"며 "얼마 전 돌이 지난 아들에게 자랑스런 아버지가 되기 위해 봉사활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봉사는 나의 행복!"
불로소방대 창설 멤버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 지난 7월 대구시장으로부터 시민봉사상을 받은 박 대장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봉사는 나를 행복으로 이끌어주는 지름길이 된다"고 강조했다. "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엔 주춤주춤 주저하거나 쑥스러워하는 대원들도 있지요. 그러나 봉사를 하고 난 뒤에 가슴 가득 찾아오는 행복감에 봉사활동을 더욱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대원들이 많습니다."
심병도 불로소방대 총무부장은 "봉사활동을 할 때마다 대원들의 참여율이 100%에 육박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고 했다. 김지훈 대원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행정기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곳이 너무 많다는 것을 절감한다"며 "어려운 분들에게 따뜻한 온정을 전한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봉사활동을 하는 데 들어가는 사업비는 의용소방대원들이 십시일반으로 거둬 마련하고 있다. 화재현장에 출동했을 때 받는 출동수당도 전액 봉사활동에 쏟아붓고 있다. 불로소방대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등불 역할을 계속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박 대장은 "종전까지는 봉사활동을 드러내지 않는 게 미덕이었지만 이제부터는 널리 알려 봉사에 동참하는 분들이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며 "봉사에도 경쟁이 펼쳐져 도움의 손길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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