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의 포항시금고와 8천억원대 구미시금고를 맡게될 은행이 각각 오는 10일과 14일 확정되는 가운데 '일반회계 대구은행, 특별회계 농협'이라는 기존 구도가 유지될지, 변화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 연말로 계약이 만료되는 구미시금고(일반회계 5천800억원, 특별회계 2천200억원 정도)의 경우, 금고지정을 희망해 신청서를 낸 은행은 3곳. 대구은행과 농협, 우리은행 등이다. 하지만 현재 기류를 볼 때 구미시금고의 기존 구도(일반회계 대구은행, 특별회계 농협)는 특별한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해당사자들의 눈길이 집중되는 곳은 포항이다. 포항은 구미보다 금고(일반회계 8천억원·특별회계 2천억원) 규모가 큰데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향후 포항시 재정규모 증대 가능성은 물론, 기업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여 은행들이 가장 군침을 흘리는 지역.
게다가 포항시금고의 '경쟁지수'를 높인 또다른 이유는 지난해 안동 및 김천시금고에 입성하면서 대구경북지역 금고지기 일원이 된 신한은행의 포항 상륙 시도. 포항시금고 입찰에는 대구은행·농협·신한은행·우리은행이 지원서를 냈는데 현재 대구은행·농협·신한은행의 3파전으로 지역 경제인들은 보고 있다.
수성(守城)에 나서는 대구은행은 명분은 물론, 현실적으로도 대구은행이 맡을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구은행 박덕상(공공금융본부장) 부행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시절 정부가 주도적으로 지역은행을 만들면서 지역의 세금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 나가는 것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지자체 금고는 지역은행에 맡기는 원칙을 세웠다. 일본 등 선진국이 모두 그렇게 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1조2천억원의 기업대출을 포항지역 기업체에 해주고 있으며 포항지역 기여사업에도 단연 대구은행의 역할이 최고"라고 했다.
농협은 포항에서 점포가 가장 많은 은행이며 지역 친밀도를 감안할 때 일반회계를 맡아야한다는 입장. 농협 경북지역본부 김병욱 공공금융실장은 "지역농협지점까지 포함해 모두 53곳의 지점이 포항에 있고 농민 숫자도 적지 않으므로 농협의 일반회계 참여는 명분이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김천·안동시금고(특별회계) 입성에 성공한 여세를 몰아 '지역개발 논리'를 내세우며 포항 상륙을 노리고 있다.
신한은행 차동구 대구경북본부장은 "영일만 배후단지 및 산업단지 개발, 라마다플라자 포항호텔 신축사업 등 신한은행이 관여하고 있는 포항의 SOC사업이 7개에 이르며 엄청난 자본유치효과가 생길 것이다. 글로벌은행을 선택해야 포항이 발전한다"고 했다.
한편 은행권이 수십억원대의 기부를 하면서 공공금고 유치 과열 경쟁을 벌이는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 계약이 만료될 때마다 10억원 이상 기부금 액수가 늘어나는 현상이 보편화되다 보니 비싼 대출 이자를 받아 금고 경쟁에 쏟아붓는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
지역의 한 기업인은 "은행들이 이자 인하 등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고 금고 확보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과열 양상에 대해 은행들도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자치단체금고 선정이 공개입찰제로 바뀐 이후 '수십억원은 기부해야 금고를 딸 수 있다'는 말이 정설이 됐다. 자치단체 금고 경쟁이 과열되면서 대학금고 경쟁까지 100억원대 기부경쟁으로 번졌다. 은행 건전성이 나빠지고 자금의 순환류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털어놨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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