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종문의 펀펀야구] 10%를 향한 야구 올인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해 대학까지 13년간 야구를 했던 K씨는 올해 32세의 나이로 의료기 판매회사에 입사해 수습 과정을 밟고 있다. 군대를 제대하고 6년 동안 그가 전전한 직업은 모두 여섯 번. 전문 기술이 없는 그로서는 일년에 한 번씩은 직종을 바꾼 셈이다.

홀어머니를 부양해야 하는 그가 현재 가장 걱정하는 문제는 결혼이다. 안정되지 않은 직업으로 인해 결혼을 해봐야 서로에게 짐만 될 것이란 생각이 앞선다. 그렇다고 마냥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가끔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야구를 택한 어린 시절을 후회하곤 한다.

경영학을 전공했다고 해서 다 경영을 하게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응용하여 도전할 분야가 여러 방면으로 걸쳐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야구는 다르다. 실업 야구조차 사라진 지금은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하는 그날부터 직업으로 마주할 야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최소한 10년은 전문 선수를 꿈꾸며 키워온 능력이 한순간 무용지물로 변한다.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하지만 외길로 달려와 선택의 폭은 좁기만 하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첫째는 프로 진출 외에는 길이 없는 좁은 문 탓이다. 연간 대학을 포함하여 프로의 입단 대상자가 700여명에 이르지만 실제 입단하는 선수는 70여명 정도이니 90%는 자리가 없어 더 이상 야구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더 큰 이유는 가뜩이나 취업은 바늘 구멍인 데도 초등학교부터 학업을 게을리 하기 때문이다. 한 번 야구 선수가 되면 오직 야구에만 전력 투구해야 하는 현실에서는 학교 수업의 의미가 크지 않을 뿐더러 수업의 전 과정을 소화하지도 못한다. 이는 기초가 부실하게 되어 중·고로 진학하면서 일반 학생과 더 큰 차이로 벌어지고 결국엔 야구를 중단할 때 결정적으로 취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는 모든 학교 수업을 똑같이 받는다. 그리고 방과 후 연습을 한다. 하루의 연습시간이 부족해 더 열심히 하게 되지만 필요하다면 조명을 밝히고 야간 연습을 하거나 주말의 연습 시간을 늘린다. 대회가 많지 않으므로 방학 중에는 특별훈련을 하면서 개인별로 훈련시간을 보충하기도 한다.

그러나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은 야구부 탈퇴라는 엄한 규정이 있어 일반 학생보다 더 끈기있게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야구 선수 출신들은 졸업 후 입사 시험을 보더라도 높은 평가를 받아 취업도 잘된다.

어차피 최고를 지향하는 프로의 입문은 당연히 어렵고 비좁을 수밖에 없다. 직장 야구가 활성화되고 더 많은 학교 야구부가 창단된다면 일자리도 자연 늘어나게 되겠지만 세상을 헤쳐 나가는 스스로의 자생력이 없다면 모순된 제도에 의한 희생은 피할 수 없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한 명의 인생을 위하여 열 명의 인생이 들러리를 서야 한다면 이 제도는 분명 모순된 것임에 틀림없다. 인생은 모든 사람에게 소중한 것이니까 말이다.

최종문 대구방송 해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