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 안마기를 구입하면 원금에 절반의 이자까지 덧붙여 돌려준다던 한 다단계업체 관계자들이 최근 잠적해 전국에 1만명 가까운 회원들이 수백억원대로 추정되는 사기 피해를 입었다.
6일 오전 대구 중구 한 빌딩 로비와 3층 사무실 앞에는 피해자 5백여명이 몰려들어 "내 돈을 돌려달라"며 큰 소동을 빚었다. 로비에 있던 피해자들은 "전 재산을 날렸다""도망가서 살아야 할 판"이라고 울먹이며 망연자실했다.
1천500만원을 투자했다는 20대 후반 남자는 "이 업체는 안마기를 산다는 명목으로 돈을 넣으면 몇 개월 뒤에는 원금에, 원금의 절반을 이자로 합쳐 돌려준다는 방식으로 회원을 모집했다"며 "실제로 돈이 통장에 찍히는 것을 보고 믿게 돼 가족, 지인까지 권유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넣었는데 아무도 돈도 돌려받지 못했다"며 울먹였다.
이 업체는 4년 전 안마기 1대당 440만원에 구입하면 매일 3만8천~4만원씩 회원들에게 계좌로 보내주고 수개월 뒤에는 모두 640만원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회원을 모집, 지금까지 전국에서 1만명 가까운 회원을 모집했다. 회원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 안마기를 구입하고 원금보다 많은 돈을 받으면서 지인들을 가입시키기 시작, 회원 수가 급증했다는 게 피해자들의 얘기다.
최근 주가·펀드 투자 실패와 부동산경기 침체로 인해 이 업체로 돈을 옮긴 사람들이 많아 피해액이 수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한 피해자는 "이제 소문을 듣고 피해자들이 몰려오고 있는데 전체 피해액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고 말했다. 일부 회원들은 "소문나면 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며 말을 아끼기도 했다.
이 다단계업체 옆 여행사의 한 직원은 "간판도 없이 사무실만 차려놓고 그 앞을 한 남자가 지키면서 일일이 회원들의 얼굴을 확인하며 출입시켰다"며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날마다 출근하듯 드나들었다"고 했다. 다단계업체 관계자들은 지난 3일부터 사무실을 비우고 회원 돈을 챙겨 잠적했다.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고소·고발은 접수되지 않았다"며 "피해 사실이 있다면 수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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