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퍼스트 독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에 당선, 세계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버락 오바마.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지구촌 65억 인구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요즘 호사가들이 부쩍 흥미를 갖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오바마 차기 대통령 가족의 백악관 입성 때 함께 들어갈 반려 동물, 행운의 '퍼스트 펫(first pet)'은 어떤 것이 될 것인가 하는.

지난 4일 치른 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후-AP 공동으로 흥미로운 여론조사를 했다. 개'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기르는 유권자만 투표한다면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까 하는 조사였다. 결과는 존 매케인이 이긴다는 거였다. 오바마는 애완동물이 하나도 없지만 매케인은 개, 고양이, 흰 족제비 등 여러 종류를 키우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도 백악관 입성 때 개를 데리고 갈 것으로 알려졌다. 10세, 7세인 두 딸에게 선거 후 강아지를 사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란다.

미국 역대 대통령 대다수는 백악관에 개나 고양이를 데리고 가는 게 하나의 전통처럼 돼있다. 이에 관한 재미나는 에피소드도 적지 않다. 29대 워런 하딩 대통령의 애견 '레디 보이'는 내각 회의 때 전용의자까지 있었으며, 기자들이 말 못하는 이 녀석을 인터뷰까지 했다고 한다.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백악관 최고의 애견가로 꼽힌다. 심지어 "나를 욕해도 좋고 아내인 엘리노어를 욕해도 좋다. 그러나 나의 애견 팔라를 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워싱턴 루스벨트 기념관 내 그의 동상 옆엔 생전처럼 팔라의 동상이 함께 세워져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개 버디가 교통사고로 비명횡사하자 미국 언론은 앞다투어 버디의 일생에 관한 기사를 실었고 클린턴 가족은 애도 성명까지 냈다. 전국 어린이팬들로부터 쏟아진 조문 편지들을 모아 '퍼스트 펫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판하기까지 했다. 고양이 삭스를 찍기 위한 사진기자들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였다. 현직 부시 대통령의 애완견 바니 또한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1을 타고 다녔으니 사람보다 훨씬 나은 팔자였다. 덕분에 백악관의 개'고양이는 이른바 '퍼스트 독(first dog)' '퍼스트 캣(first cat)'의 영예를 누리고 있다. 과연 오바마 가족의 '퍼스트 독'은 어떤 것이 될까.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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