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엉킨 호박줄기 때문에 야단법석

15년 전쯤인가 호박 때문에 이웃 아줌마랑 대판 싸운 적이 있다. 원래 호박 줄기가 내 것과 남의 것이 엉키면 싸움이 난다는 말씀이 딱 맞았다. 가을이 되어서 누렇게 탐스럽게 익은 호박을 따려고 하는데 호박 줄기가 엉켜서 따기가 곤란했다. 그래서 내가 심은 호박 뿌리에서부터 줄기까지 따라가서 호박을 따보니까 호박 모양이 확실히 달랐다. 그래서 첫 번째 딴 호박과 모양이 똑같은 것을 따고 나니까 나머지 한 개의 생김새가 영 아리송했다. 줄기를 찾으려니 너무 엉켜 있어서 그냥 따버렸다. 탐스럽게 익은 호박 여남은 개를 모아 놓고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이웃집 아주머니가 오시더니 자기네 호박을 다 훔쳐 갔다고 난리 법석이었다. 난 호박 모양을 보고 얘기하라고 덩달아서 소리를 질렀다. 연세가 많으시고, 막무가내로 온 동네에 야단법석을 떠는 통에 나만 창피스럽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그 동네에서 호박이라고는 심지를 않았다. 어릴 적 엄마가 해주시던 꼬들꼬들하면서 달착지근한 맛의 호박 말랭이 생각이 나서 심었던 호박이었는데 말이다.

손해숙(의성군 금성면 산운2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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