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야단쳐야 할지, 드라마 제작자를 욕해야 할지…."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김모(44·여)씨는 며칠 전 준비물을 챙겨주기 위해 아이 책가방을 열어보다 깜짝 놀랐다. 아이 가방에 화투가 들어있었기 때문. 그뿐만 아니라 아이의 호주머니에서도 몇 장의 화투패가 들어있어 기가 막혔다. 김씨는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가지고 놀려고 그랬다'는 말에 화를 참지 못했다. 김씨는 아이가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 드라마 '타짜'가 유행"이라며 "멋있게 화투치는 모습을 따라하는 게 유행이라고 하더라"며 혀를 찼다.
드라마 '타짜'때문에 학교에서는 난데없는 '화투 바람'이 불고 있다. 초·중·고교생들이 학교나 학원, 심지어는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친구들끼리 모여 화투판을 벌이는가 하면 인터넷 사이트나 도박 관련 책자를 통해 '타짜의 기술'을 익히려는 학생들도 부지기수일 정도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예전에는 기껏해야 동전 몇 개로 '짤짤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학생들이 요즘은 화투패로 고스톱도 아닌 도박사들이 하는 '섰다'를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타짜기술'을 검색해 보면 타짜 비법을 수소문하는 초·중·고교생들의 질문과 이와 관련한 각종 사이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학생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인터넷을 통해 "수학여행에서 친구들에게 보여주면 인기가 많을 것 같다"며 타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사이트를 수소문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그릇된 '도박'의 길로 빠져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문의한 '타짜기술'에 대한 답변 중 상당수는 '아도사키' '바둑이' '바카라' 등 인터넷 성인 도박 사이트로 연결돼 있었다.
이렇게 화투에 물드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드라마 '타짜' 홈페이지는 도박의 우상화를 우려하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ID 'ahnge**'를 사용하는 중학생 엄마는 "우리아이만 아니라 남학생들 거의 모두가 타짜 흉내를 내고 있다"며 "아이들이 드라마로 인해 나쁜 영향을 받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썼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런 우려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19세 관람가 등급으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에 자녀를 노출되도록 한 가정에도 책임이 크다는 의견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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