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古墳群(고분군)을 복원, 고분공원을 조성해 놓고도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무책임한 처사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2002년 원남면 덕신리에서 삼국시대 新羅(신라)의 수혈식 석곽묘를 비롯 다량의 부장품을 발굴, 복원한 뒤 역사 체험의 장으로 2005년에 조성한 고분공원이 일부 시설 파손 등 관리상태가 엉망이라는 지적이다.
전시관은 먼지가 수북한데다 파손된 고분의 유리 덮개 보수 과정에서 인부들의 발자국이 유리 덮개에 남아있음에도 그대로 덮고 공사를 끝내버렸을 정도다. 부대시설 관리도 엉망이어서 수도는 툭하면 고장나고, 불결한 화장실에다 일부 운송회사들은 공원 주변을 화물 적치장으로 종종 사용하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귀중한 문화유산에 대한 우리의 몰지각함과 고질적인 '대충病(병)' '빨리빨리병'이 여기서도 그대로 재연되는 듯해 안타깝다.
우리나라는 전국이 매일같이 공사중이라 할 만큼 대규모 아파트 및 도로 공사 등이 연중 잇따르고 있다. 언제 어디서 매장 유물과 마주치게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문화유산의 보존 및 관리에 대한 마인드가 갖추어져 있지 않을 경우 아차, 하는 순간 소중한 유물들을 훼손 또는 유실시켜 버릴 위험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덕신리 발굴 유물들은 조사 결과 5세기 중반에서 6세기 초반의 신라 계통 유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적 규모와 다양함에서도 눈길을 끌지만 출토 유물 중 일부는 이 일대가 신라의 큰 고을이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도 지닌다. 이 같은 유형의 고분 발굴이 울진에서 처음이라는 점 또한 의미가 있다.
셀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이 축적된 유물은 저마다의 가치를 지닌다. 비단 국보급이나 보물급이 아닌 향토 유물이라 해도 마찬가지로 소중하다. 후세를 위해 우리 모두가 힘써 보존하고 관리해야 할 귀한 자산이다. 울진의 어느 향토 사학자가 주장하듯 부산국토청이 제대로 철저하게 관리하기 힘들다면 차라리 고분공원을 울진군에 무상 양여해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고려해 볼 만 하다. 부산국토청도 긍정적인 자세로 관련 법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니 합리적 방안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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