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지역정치권은 더욱 분발하라

정부의 수도권투자 전면허용 조치에도 불구하고 지역 정치권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투자 전면허용 조치 후 정부가 비수도권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뒤늦게 '획기적인 지방대책을 제시하겠다'고 하자 지역 정치권이 슬그머니 꼬리를 낮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에 대한 지역 민심은 결코 어정쩡하지 않다.

가뜩이나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수도권 인구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0%에 육박하고 있다. 자본의 80%, 우수 인재의 90%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수도권의 도로를 1㎞ 확장하는 데 드는 비용은 지방의 수십~수백 배에 이른다. 수도권투자 전면허용은 인구와 산업이 수도권으로 몰려들게 하고 수도권의 흡입력을 더욱 강화시킬 뿐이다. 지방은 더욱 고사 위기로 내몰릴 것이다. 이런 정책 아래서는 국토의 균형발전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번 조치를 하며 지방을 배려한 흔적은 전혀 없다. 정부가 말대로 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실천의지가 있었다면 지방 대책은 수도권 대책보다 먼저 나왔거나 최소한 함께 나왔어야 한다. 먼저 수도권 투자를 전면 허용한 후 지방의 반발을 보아가며 부랴부랴 준비한 지방 대책에 알맹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과연 예고대로 지방을 살릴 획기적이고 참신한 정책대안을 내놓을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지역 정치권이 한나라당의 방침이나 정부 정책을 거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정부의 지방 대책 발표 이후에 보자며 지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더욱이 정부의 지방발전 종합대책은 오는 27일에나 나올 예정이다. 정부의 지방대책이란 것이 수도권투자 전면허용조치에 대한 반발이 숙지길 기다리는 시간벌기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 잔뜩 움츠러든 지역 정치권이 그때가 되어 정부가 설익은 지방대책을 내놓았다고 해서 다시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역 정치권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칠 생각 말고 더욱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것이 지역민들이 뽑아준 것에 대한 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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