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기도의 힘

미국의 보스턴 근교 케임브리지에 자리잡은 하바드대학은 세계 최고의 명문으로 꼽힌다. 하바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버락 오바마가 제44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됨으로써 존 F'케네디 등 6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대학이 됐다. 하바드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록펠러 재단의 데이비드 록펠러, 배우 잭 레먼, 첼리스트 요요마, 헬렌 켈러 등 수많은 명사를 배출했다.

하바드에는 세계 최고의 대학을 동경하는 한국 관광객들의 행렬이 끊이질 않는다. 하바드 강의실과 기숙사 사이의 아름다운 교정 한 켠에는 하바드대학의 설립자인 '존 하바드'의 동상이 서있다. 존 하바드 동상 옆에서 기념사진 촬영은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다. 성인 키높이의 존 하바드 동상 구두는 관광객들의 손길로 윤기가 뺀질뺀질하다. 동상을 만지고 소망을 빌면 이 대학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한국인들의 갈망의 産物(산물)이다. 사람들의 손때가 반지르르하게 묻거나 긁어 문드러진 제주도 돌하루방의 코와 마찬가지다. 한국인의 일류를 향한 집념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며칠후면 수능시험일이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사찰과 교회는 합격을 기원하는 부모들의 기도 행렬로 넘쳐난다. 특히 대구 인근의 팔공산 갓바위에는 자녀들의 합격과 가정의 안녕을 비는 학무모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팔공산 갓바위 부처에 축원의 발길이 줄을 잇는 까닭이 부처님이 쓰고 있는 갓이 지위를 보장한다는 속설 때문이라고 한다. 아들, 딸의 사진과 기도문을 앞에 두고 갓바위 부처를 향해 어머니들이 간절하게 절을 올리며 기도한다. 기도문에 원하는 대학 이름까지 써넣은 학부모도 있다. 주위 바위에는 소원을 담아 동전을 붙여 두는 이들도 많다. 우리네 입시철 자화상이다.

옛적 우리 어머니들은 장독대에 정한수를 떠놓고 남편과 자식들의 성공을 기원했다. 아직도 성공한 이들 가운데 어머님의 정한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모두 기도의 힘이라고 믿는다. 간절한 소망과 기도는 불가능도 가능케 하는 노력의 원천이 된다.

오바마의 선친 고향인 케냐와 유년 시절을 보낸 인도네시아에서도 당선을 간구했다. 인종차별에 시달렸던 흑인들도 오바마의 당선을 기원하며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도 흑인들과 케냐, 인도네시아 등 여러 友人(우인)들의 간절한 기도 덕분이 아닌가 여겨진다. 수험생들의 '화이팅'을 기원한다.

홍석봉 중부본부장 hsb@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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