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을 땅과 벗하여 불혹의 나이에 홀로 4남 1녀를 키워오신 어머니께서는 칠순의 연세에도 여전히 농사와 밭일 과수원 일을 하신다. 그 해에도 산비탈의 땅을 그냥 묵히지 못하셔서 호박을 가득 심으셨다. 예상 외로 엄청난 수확이었다. 지인도 드리고 아들 딸들에게 나누어 주어도 한 트럭 정도의 수확이 그대로였다.
애써 키운 정성에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집 뒤 팔공산 등산통로에서 팔아드려야겠다고 마음먹고 동생, 남편, 아이들이랑 트럭에 호박을 가득 싣고 행상에 나섰다.
다른 행상은 터줏대감처럼 버젓이 하는데 처음 온 우리에겐 관리하는 사람으로부터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남편의 입담과 논리적인 설득으로 장사가 시작되었다.
누렇고 모양도 가지각색이었지만 참 예쁘고 넉넉한 호박을 보니 왠지 값을 잘 치러서 고생하셨던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려야겠다는 마음에, 처음 해 보는 장사지만 팻말도 예쁘게 해서 덤으로 가져온 고추와 함께 행상에 임했다. 덤으로 해서 그나마 몇 덩어리가 팔려나갔고 10만원 정도 돈이 모였다. 다 팔지는 못했지만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돈을 봉투에 담아서 동생 편에 보냈다.
난생처음 행상을 하면서 참 많은 걸 느꼈다. 사람마다 다 다르듯 따뜻한 사람 자기 멋대로의 사람 등. 살아가는 사람들의 여러 모습도 보았고 세상은 호락하지도 않으며, 장사하시는 분들의 애환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느낄 수 있었다.
노력의 대가의 소중함을 생각하였던 그 해의 호박은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못난 사람을 호박에 빗대어 말하지만 난 왠지 여유롭고 온화한 자태를 가진 호박의 모습이 좋다.
경기가 힘들고 어렵다고들 하는데 호박에 검은 콩과 차조를 넣고 따뜻한 호박죽을 끓여서 이웃과 가족에게 정을 나누어주고 싶은 계절이다.
하미숙(대구 북구 학정동)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