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55) 씨는 최근 갑자기 눈 앞에 '날파리' 같은 물체가 떠다니는 증상과 함께 사물이 뿌옇고 흐리게 보이기 시작, 안과를 찾았다가 '당뇨망막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처음엔 피곤해서 그러려니 했지만 증상이 갈수록 심해져 3일 뒤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 15년 전부터 앓고 있던 당뇨병 때문에 '증식 망막증'이 생겼다는 것. 이씨는 "당뇨병 때문에 시력 장애가 생길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며 "레이저 치료를 받고 증상이 완화되긴 했지만 당뇨망막증을 미리 알았다면 예방할 수 있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당뇨병과 눈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당뇨병은 체내의 대사와 혈관계의 이상을 동반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눈도 당뇨 합병증의 주요 대상이 된다. 때문에 당뇨 환자의 경우 정상인에 비해 시력을 잃을 확률도 상대적으로 높다. 당뇨병과 관련된 눈 질환은 다소 생소한 당뇨망막증과 백내장, 녹내장 등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 성인들에게 실명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이 바로 당뇨망막증이다. 11일 '눈의 날'과 14일 '세계 당뇨의 날'을 맞아 당뇨망막증의 정체를 알아본다.
◆당뇨망막증의 종류와 원인
당뇨망막증은 한마디로 당뇨병으로 인해 시력이 저하되는 눈 질환으로, 당뇨병과 관련된 안 질환 중 가장 심각한 병이다. 당뇨병 환자에게만 나타나고, 한번 발병하면 회복이 되지 않는 게 특징이다. 당뇨망막증은 주로 망막 혈관계 이상으로 발생한다. 당뇨로 미세혈관 순환 장애가 발생, 망막에 적절한 산소와 영양이 공급되지 못해 시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또 당뇨로 약해진 망막 혈관에 틈이 생기고 이 틈을 통해 기름 찌꺼기, 혈액 성분 등이 새 나와 '황반부종'을 유발하기도 한다. 황반부종은 망막 중 사물을 보고 색깔을 판별하는 황반 부위가 부어오르는 것으로, 심각한 시력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산소 공급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망막 표면에 새로운 혈관이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이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하고 터지면서 출혈을 유발, '증식 당뇨망막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새로운 혈관이 생기면서 섬유조직도 칡넝쿨처럼 자라 수축하면서 망막을 떨어뜨리는 '망막박리'라는 증식 당뇨망막증의 대표적인 합병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증상과 특징
당뇨망막증이 위험하고 무서운 것은 초기에 아무런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병이 심해지면 갑자기 시력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초점 없이 뿌옇고 흐리게 보이거나 '날파리' 같은 물체가 어른거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시력이 저하될 때도 통증이 없어 원인을 알기 힘들다. 때문에 당뇨병 환자는 최소한 일 년에 한번은 정기적으로 동공 확대 망막 검사 등 안과 진료를 받아 당뇨망막증을 점검·예방할 필요가 있다. 실제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당뇨망막증에 걸릴 수 있는데, 특히 당뇨병을 앓은 기간이 긴 환자일수록 당뇨망막증에 걸릴 위험은 더 높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당뇨병 진단을 받은 환자 40% 정도는 당뇨망막증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 및 예방법
환자의 상태에 따라 레이저 치료나 약물 주사 요법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 심한 출혈이나 망막박리 등의 경우 수술 치료가 필요하다. 망막에 강한 빛을 비춰 망막의 일부를 파괴시켜 중요한 부분을 보호하는 레이저 치료는 실명 위험을 90% 정도 막을 수 있다. 이 경우 레이저 치료 후 규칙적인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그러나 레이저 치료를 한다고 이미 소실된 시력이 회복되지는 않는다.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더 이상 시력이 나빠지지 않도록 당뇨망막증 진행을 막아줄 뿐 완치 개념은 아니다. 안구 내 출혈의 경우는 수술로 제거할 수 있고 어느 정도의 시력 회복도 기대할 수 있다. 황반부종이나 신생 혈관에 따른 당뇨망막증은 약물을 안구에 반복 주사하는 방법으로 증상을 호전시키는 효과를 보기도 한다. 당뇨 망막증은 당뇨 합병증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완전한 예방법은 없다. 다만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은 꾸준한 당뇨 치료를 통해 혈당을 조절하는 것으로, 당뇨망막증의 발생과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이 경우 레이저 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심한 망막증으로 발전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당뇨 합병증에 따른 당뇨망막증이 생기기 전에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조기 발견하는 것이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장우혁 영남대병원 안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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