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醫窓)] 미운 오리 새끼들의 이름으로

'미운 7살'이라고 흔히들 부른다. 요즈음은 아예 '미운 4살'로 내려오기도 한다. 벌써부터 어른 말을 들어먹지 않고서, 도대체 제 고집대로만 하려고 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혼자의 힘으로 걷고 말하게 되는 2, 3세의 아이들은 점차 자신을 부모에게서 분리해, 자신의 독립성을 확인하려는 욕구가 생긴다고 한다. 식사, 잠자기, 대소변을 볼 때 마음대로 하려는 경우가 많아짐에 따라 부모와의 크고 작은 마찰이 생길 수가 있다. 이런저런 자신의 욕구가 즉시 충족되기를 원하고, 그렇지 못하는 경우 좌절감으로 인한 분노 발작(temper tantrum) 등이 나타나는 이 시기부터 취학하기 전까지를 '학령 전기'라고 부른다.

7세를 전후하여 12세까지를 본격적인 '학동기'라 이른다. 몸도 부쩍 자라면서 보고 듣는 것도 많고, 나름대로 생각도 많아지는 시기이다. 이전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을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다. 이전까지의 부모들의 일방적인 허용이나 제재가 아니라 자기 나름의 규칙을 세우거나 때로는 친구들과의 약속 등을 통해 스스로 행동의 기준이나 목표를 정하기도 한다. 바야흐로 '소아 독립 만세~'라도 부르짖으면서 나름대로 자긍심과 자신감을 키워가는 미운 7살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꽤 오래 전의 일이다. 해거름에 대기실에서 엄마와 초등학교 아이의 승강이가 한창이다. 으레 병원 오기를 꺼리는 아이들의 투정이겠거니 라고 짐작을 하였다. 마지못해 진료실에 끌려온 아이의 일성이, 뜻밖에도 "아이, '쪽팔리게'···"란다. 제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않고서 일방적으로 병원으로 데려온 엄마도 못마땅하고, 기저귀 차고 우유병 빨던 소아에서 졸업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소아과라니 더더욱 창피하고, 혹시라도 제 학교 친구 눈에라도 띌까봐 전전긍긍이란다. 굴욕감으로 입이 부어터진 아이와 난감함으로 입이 얼어붙은 의사 사이에 끼인 엄마의 처지도 딱하기는 매한가지이다.

우여곡절 끝에 올 봄 '소아청소년과' 라는 이름으로 탈바꿈을 하였다. 이제야 제 처지에 걸맞은 대접이라도 받은 양 아이들이 구김살 없는 얼굴로 제법 당당하기조차 하다. 덩달아 청진기를 갖다 대려는 나의 손길도 머뭇거림이 잦아들었다. 그래, 온 동네방네 청소년들아! 개구쟁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혹시라도 몸이 불편하거든 마음만은 편하게, 당당하게 문을 열고 들어오려무나. 너희는 곧 열혈청년과 요조숙녀의 '백조'로 피어날 '미운 오리새끼'인 청소년들이 아닌가!

송광익(늘푸른소아청소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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