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VS병]⑥협심증 vs 심근경색증

동맥경화 주원인…닮은 듯 다른 심장병

A: "심근경색증과 협심증은 어떻게 다르지?"

B: "심근경색증은 혈관이 막혀 심장에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는 것이고, 협심증은 혈관이 좁아져 심장에 피가 적게 들어가는 질환 아닌가? 그러고 보니 잘 모르겠네. 헷갈리네…."

심근경색증과 협심증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잘 알려진 심장질환이다. 그런데 막상 구별하자니 쉽지 않다. 실제 이 둘은 아주 비슷하면서도 다른 질환이다. 둘 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동맥이 막혀 생기는 질환으로, 동맥경화증이 주요 원인이다. 그렇다면 심근경색증과 협심증은 어떻게 다를까.

◆협심증이란

협심증은 한마디로 콜레스테롤 덩어리가 혈관 안쪽 벽에 쌓이면서 혈관이 좁아져 나타나는 증상이다. 심장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인 관동맥(冠動脈)이 부분적으로 막혀 심근(심장근육)이 필요로 하는 혈액 및 산소량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발생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러나 일부 환자에게선 혈관이 완전히 막힌 경우도 협심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는 혈관이 갑자기 막히지 않고 서서히 폐쇄되면서 우회 혈관이 형성돼 부족하지만 피가 공급되는 경우다. 혈관이 막히는 가장 큰 원인은 동맥경화증으로,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흡연 등과 관련이 있다.

◆증상

협심증의 주 증상은 가슴 통증이다. 앞가슴을 조이거나 쥐어짜는 듯한 아픔, 짓누르는 듯한 통증이 1~5분 정도 지속된다. 전형적인 협심증은 혈관이 완전히 막히지 않아 혈액이 공급되는 상태이기 때문에 환자가 많이 움직이지 않거나 가벼운 운동을 할 땐 가슴 통증 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심한 운동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갑자기 많은 혈액이 필요한 경우엔 심장근육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심근의 일시적 허혈(혈액 공급 부족) 상태가 발생, 가슴 통증이 나타나게 된다. 통증은 앞가슴 한가운데에 가장 많이 나타나며 턱, 목이나 왼쪽 어깨, 팔 안쪽으로 퍼져나가기도 한다. 심한 운동, 스트레스 등 통증 유발 인자가 없어지거나 휴식을 취하면 통증은 저절로 사라진다.

◆치료 및 예방법

협심증은 전형적인 흉통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보다 정밀한 진단을 위해 심전도, 부하 심전도, 부하 심초음파 검사, 관동맥 조영술 등이 시행되기도 한다. 관동맥 조영술을 통해 혈관이 좁아진 것으로 판단되면 곧바로 풍선을 이용한 확장술이나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한다. 협심증은 안정과 약물 치료가 우선된다. 환자 상당수는 아스피린, 베타차단제, 혈관 확장제인 나이트레이트제제, ACE 차단제 등 약물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조절 가능하다. 여기에다 고콜레스테롤 혈증이 있는 경우는 스타틴, 당뇨병 환자는 당뇨 조절 등 대사성 치료를 병행해야 협심증 위험 인자를 조절할 수 있다.

◆급성심근경색증이란

흔히 심장마비로 알려진 급성심근경색증은 혈관 내피가 손상되면서 혈관 안쪽에 콜레스테롤이 많이 쌓이거나 터져 발생하는 것으로, 역시 동맥경화증과 관련돼 있다. 그러나 협심증과의 차이는 갑자기 심장 혈관이 막히면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급성심근경색증은 평소 혈관이 조금 막혀 있는 경증 환자에게도 발생할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 이는 작은 동맥 경화반(콜레스테롤 등이 혈관 내벽에 쌓여 융기된 부분)이 터지면서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 동맥 경화반 내에 있던 내용물이 혈관 내강(피가 흐르는 혈관 안)으로 나와 혈관이 갑자기 막히게 되는 것이다. 동맥 경화증 외에도 혈관 경직 현상으로 갑자기 혈관이 좁아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동양인이 서양인에 비해 더 흔하다.

◆증상

급성심근경색증은 협심증과 달리 스트레스나 심한 운동 등 유발 인자가 없어도 갑자기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잠을 자다가, 또는 아침에 일어난 뒤, 심지어 휴식 중에도 발생한다. 통증은 협심증에 비해 훨씬 강도가 심하고 보통 30분 이상 지속된다. 또 휴식을 취해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 것도 협심증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심한 통증으로 인해 구토, 무기력감은 물론 식은땀이 나거나 혈압 감소에 따른 어지러움, 의식 소실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심근경색증이 발생했을 때 치명적 부정맥이 동반돼 돌연사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특히 조심해야 한다. 환자에 따라 통증의 위치가 다르지만 상복부에 나타날 경우 흔히 위장관 문제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아 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운동시 호흡곤란이나 폐부종 등 심각한 심장 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치료 및 예방법

심근경색증은 무엇보다 빠른 진단을 통해 막혀 있는 혈관을 뚫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진단이 빨라야 막힌 혈관을 조기에 개통시켜 생명도 구하고 심장 기능도 회복시킬 수 있다. 진단 방법으론 심전도, 혈액 검사, 심초음파가 있고, 최종 진단에는 막힌 혈관을 직접 찾는 관동맥 조영술이 주로 시행된다. 막힌 혈관을 재개통시키는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혈관에 풍선과 스텐트를 삽입하는 관동맥 중재술이다. 이 시술을 시행하지 못할 경우엔 혈전 용해제를 통해 막힌 부위를 녹이기도 한다. 재개통 시술 후 장기적인 치료도 중요한데 위험인자를 조절해주고 심근 파괴 부위도 최소화해야 한다. 최근 개발된 약물 도포 스텐트는 재협착을 막는 데 일반 스텐트에 비해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어 급성심근경색증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김기식 대구가톨릭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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