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화 나누면 행복해" 대구 봉덕동 김인수 할아버지

▲ 국화를 탐스럽게 가꿔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하는 김인수 할아버지가 국화에 물을 주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국화를 탐스럽게 가꿔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하는 김인수 할아버지가 국화에 물을 주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함지박만하게 벌어진 탐스러운 꽃봉오리에 마음을 뺏긴 지 45년이나 됐어요."

세상을 살아가며 남을 위해 봉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 중에 꽃을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나눠주는 봉사도 있다. '국화꽃 할아버지'로 불리는 김인수(81·대구 남구 봉덕동)씨. 그는 올 초부터 대구 봉덕초등학교에서 국화꽃을 가꿔주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늦가을 교정에서 환하게 꽃잎을 펼친 150여개의 국화꽃 화분이 모두 그의 솜씨다.

김 할아버지는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꽃을 돌보러 나온다"며 "꽃향기를 맡으며 국화꽃 화분사이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볼 때면 행복해진다"고 했다. 매일같이 학교를 드나들다 보니 알아봐 주는 꼬마 친구들도 생겼다. 아이들은 예의바르게 인사도 건네고, '이건 무슨 꽃이에요'라며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학교 관계자는 "때마침 국화가 만개했을 때 예술제가 열렸는데 학교를 찾은 학부모들이 감탄사를 연발했다"고 자랑했다.

김 할아버지가 국화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 일본에서 원예를 공부하고 온 한 전문가의 작품을 보고는 그 탐스러운 자태에 반해 집에서 국화를 키우기 시작했다. "향도 진하고 색깔도 어쩜 이렇게 다양하고 고울 수 있는지 수십년을 가꾸고 있지만 아직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니까요."

취미 생활로 매년 수십개의 화분을 가꿔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일을 반복하던 김 할아버지가 본격적으로 사람들 앞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5년 전쯤부터다. "소문이 알려지면서 여기저기서 국화꽃을 좀 가꿔달라는 부탁이 자주 들어와요. 북구 구암동에 있는 그린빌에서 3백여개의 국화꽃 화분을 돌보기도 했고, 대구교대에서도 요청이 들어와 내년에는 화분을 나눠줄 생각입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국화 가꾸기 비법을 앞세워 1982년 아마추어 품평대회에 출품한 3개의 화분 모두 특선, 입선작으로 당선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가꾸는 즐거움에 취할 뿐 더 이상 욕심을 내선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 할멈과 딸은 친구들에게 국화꽃 날라주는 게 취미생활이 됐어요. 나도 늘 즐겁지만 주변 사람들 마음까지 환하게 만들어 주니 일석이조지요. 내년에도 더 다양한 종류의 많은 화분을 가꿔 함께 나눌 생각입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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