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직 정신 못차린 악플…경찰 한달간 2030명 적발

"아직도 악성댓글을…."

대구에 사는 30대 회사원인 K씨는 지난 7월 국내 모 주식관련 사이트에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지난달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기업 1차 부도 예정'이라는 근거 없는 사실을 이 사이트 게시판에 게재해 해당 회사의 신용에 피해를 준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 경찰은 "K씨가 회사 부도 소문이 퍼지면 싼값에 주식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시세 차익을 노리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L씨도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지난 9월 자동차 코팅 관련 AS를 받지 못한 데 대해 불만을 품고 인터넷 자동차 동호회 카페 게시판에 '유리막 코팅 이래도 됩니까'라는 제목으로 업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다.

최진실씨 사망 이후 '악플'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사이버 공간에서의 허위 사실 유포나 비방성 댓글의 횡포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지난 한달간 '인터넷 허위사실 유포 및 악성 댓글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인 결과 전국에서 총 2천30명을 검거해 이 중 11명을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집중 단속을 통해 검거한 숫자(937명)보다 1천93명(116.6%) 증가한 것이다.

유형별로는 명예훼손·모욕이 1천205명(59.3%)으로 가장 많았고, 협박·공갈 454명(22.4%), 스토킹 371명(18.3%) 등이었다. 명예훼손이나 모욕, 스토킹 범죄는 원한(508명·32%)이나 애정문제(448명·28%)로 앙심을 품고 허위사실을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 게시판에 올리거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으로 전송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령별로 보면 인터넷을 주로 사용하는 20, 30대가 1천253명(61.7%)으로 가장 많았고, 성별로는 남자가 68.7%(1천394명)를 차지했다.

대구의 경우 지난 한달간 단속 결과 명예훼손·모욕 47명, 협박공갈 43명, 사이버스토킹 16명 등 모두 106명이 적발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7명에 불과해 1년 새 4배가량 늘어났다. 대구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관계자는 "문자메시지나 전자우편 등을 통해 불안감을 조성하는 글을 끈질기게 보내는 사이버스토킹 같은 악성 사범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착한 댓글, '선플'(악플의 반대말)을 달자는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징벌 위주가 아닌 사이버 문화 개혁 차원에서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07년 5월 발족한 선플달기운동본부에는 고 최진실씨의 죽음 이후 초교생부터 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에서 선플운동에 동참하겠다는 요청이 빗발치고 있으며, 각급 초·중·고교에 '선플방' 설치 캠페인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말 시작한 100만인 서명운동이 보름 만에 3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선플달기운동본부 민병철 대표는 "선플달기운동은 단순히 아름다운 댓글달기뿐만 아니라 '내가 먼저 다가가는 선플달기'로 확대해 무조건적인 비난과 반목이 팽배해 있는 우리사회를 먼저 다가가 손을 내미는 아름다운 사회로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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