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금리를 내리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여러 번 약속했지만 중소기업들은 돈이 돌지 않고 있다고 하고, 은행들은 은행대로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몸을 사리고 있다.
제조업을 하는 A업체는 모 보증기관으로부터 20억원의 보증서를 끊어 은행에 대출을 신청했지만 "연말까지 추가 대출을 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거절을 당했다. 이 업체는 이자가 제1금융권보다 비싼 모 금고를 찾았지만 마찬가지로 대출을 거절당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국가에서 지급을 담보하는 보증서마저도 대출을 거부당할 정도이니 중소기업들이 요즘 대출받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소연했다.
환헤지 상품인 키코로 피해를 입은 섬유업체 B사장은 "20년 넘게 사업을 하면서 번 수십억원의 돈을 키코로 1년 만에 다 날렸다"면서 "오랫동안 거래를 해오던 은행들이 신규 대출은 고사하고 기존 대출마저 회수하려고 해 더 어렵다"고 했다.
성서공단의 C업체는 "기존 대출을 연장하는데 더 많은 이자를 요구하고 대표 명의의 추가 담보를 설정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자동차부품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아무리 중소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약속해도 일선 현장의 담보능력이 없는 업체에서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은행 관계자들마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 Fast Track)에서 B등급을 받은 기업들도 유동성 자금을 지원받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말할 정도다. 은행권의 지난달 중소기업 대출은 2조6천억원으로 과거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은행들이 이처럼 돈을 풀지 않는 것은 유동성이 부족하고 은행 건전성을 나타내 주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을 맞추기 위한 것.
그동안 금융당국이 외화차입금에 대한 지급보증, 은행채 매입 등 각종 지원을 했지만 은행들은 "대출을 늘렸다가 부실화되면 누가 책임지느냐"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출 부실은 은행의 자기자본비율 하락을 낳기 때문에 대출 축소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출을 해주려고 하더라도 대출을 해서 부실이 발생하면 책임을 개인에게 묻는 현실 때문에 선뜻 나서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은행이 주도하도록 하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자금이 필요없을 정도의 건실한 기업에다 자금을 지원하려고 하지 부실 징후가 있는 기업들에 지원을 하려고 하겠느냐"며 "금융당국이 더 철저히 현장 감독을 해 돈이 돌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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