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생CEO 꿈★ 키운다…전문계高 창업동아리 활기

대구 상서여자정보고 호텔조리과 작업실은 방과 후에도 시끌벅적하다. 지난해부터 과(科) 내 창업동아리가 운영되면서 동아리 학생들의 실습으로 항상 작업실이 붐비는 것. 270명 가량의 호텔조리과 학생들은 저마다 이탈리아요리반과 제과제빵반, 커피반, 초코렛공예반 등 11개의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이난조 교사는 "창업대회를 앞두고는 지도교사와 학생들이 작업실에 모여 대회 준비를 하느라 밤을 새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창업동아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창업전문가 초청 특강과 창업 성공업체 탐방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말엔 학교 내에 창업 체험학교를 열어 부스를 만들고 동아리 학생들이 직접 만든 음식들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시간도 가졌다.

전문계고를 중심으로 고교에 창업동아리 바람이 거세다. 학교마다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스스로 창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사업화하는 등 창업 마인드를 심고 있는 것. 이렇게 학생들은 '10대 CEO'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전문계고들 '창업 가르치자'

경북여자정보고의 'S.D.C(Student Dreaming CEO)'는 최근 전국 BI 창업아이디어 경진대회에 '사각벨트 냉장고'를 출품해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를 계기로 특허 등록도 준비 중이다. 이 동아리는 생활용품이나 전자용품 등 생활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2005년 결성됐다. 희망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창업 의지나 성적 등을 고려해 11명의 정예 멤버로 구성됐다. 이 학교 오천욱 교사는 "보통 1주일에 2, 3차례 방과 후에 창업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며 학생들이 직접 사업 구상과 아이디어 회의, 장·단점 분석, 사업화 등의 과정을 거쳐 시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숯이나 리본 액세서리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학교 축제 때나 학생문화대잔치 등 행사 때 판매를 하면서 소비자 반응도 살피고 있다.

6년 전에 결성된 구남여자정보고의 '갤러리 안테나'는 이제 이 학교의 대표적인 창업 동아리가 됐다. 홈인테리어에 필요한 각종 소품을 만드는 이 동아리는 방과 후 매일 2시간씩 봉제와 니트디자인, 일러스트 등 패션과 관련된 각종 기술을 배우고 있다. 교내 작업실에서 학생들은 방석이나 쿠션 등 여러 가지 소품을 만들어 각종 행사 때 판매도 하고 있다. 특히 방학을 이용해 영남이공대 등 대학에 가서 실습도 꾸준히 한다.

서부공고의 'DM(Dream Makers)'은 학교기업에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시설을 활용하기 위해 4년 전에 만들어졌다. 전자기계과 학생 10명으로 구성된 이 동아리는 기계가공과 관련된 각종 노하우를 익힌다. 또 열쇠고리나 캐릭터, 탁상용 시계, 모형 대포 등 다양한 제품도 만들어보기도 한다.

전문계고들은 최소한 1, 2개 이상의 창업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청년 실업이 사회 문제화되는 지금의 고용 환경에서는 단순히 취업만을 강조하기 어렵기 때문. 학교마다 창업에 대한 정보와 노하우 등을 제공해 학생들이 다양한 경영환경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 이들 창업동아리들은 지도교사의 지휘 아래 방과 후나 주말에 모여 창업 아이템을 찾고 창업계획이나 사업화 등 예비창업자로서의 갖춰야 할 자질을 기르고 있다.

창업과 관련된 지원도 점차 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전문계고 창업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원 대상 학교를 올해 6개교에서 내년엔 10개교로 늘렸다. 또 중소기업청에선 '비즈쿨 사업'을 통해 매년 전국적으로 대상 학교를 선정해 연간 800만원 정도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 대학교나 기업 등의 지원도 늘고 있는 추세다.

◆어떤 효과 있길래

이런 열풍은 창업동아리가 갖가지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적으로 학생들이 사회로 진출하기 전에 창업을 미리 경험해보면서 진로에 대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구남여정보고 이달재 교사는 "전문계고 학생들의 80% 정도는 대학 졸업 후나 향후 자기사업을 한다는 통계가 있다"며 "미리 학교에서 창업 경험을 쌓으면 훨씬 성공하기가 쉽다"고 말했다.

상서여자정보고 이문규 교사는 "창업동아리 활동을 통해 교사들이 학생들과 더욱 긴밀하게 어울릴 수 있어 학생 개개인의 소질을 발굴할 수 있고 더욱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또 창업과 관련된 많은 대회 참가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감을 얻을 수 있고 대회 수상 경력은 대학교 진학시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

대구서부공고 권호심 교사는 "동아리 활동을 하고 졸업 후 취업한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회사로부터 기술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PPT(프리젠테이션) 발표나 대회 입상 실적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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