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하던 은행이 몇 곳이나 있는데 어떤 은행은 BIS비율 때문에, 다른 은행은 미국 국채에 돈이 많이 물렸다고, 또 다른 은행은 KIKO 때문에 돈이 막혔다며 대출이 힘들다고 한다. 일감이 확 줄어들면서 일하던 토요일도 이젠 논다. 직원 월급 등 당장 운영자금이 필요한데 은행에서는 신용등급이 낮다며 신규 대출은커녕 기존 대출도 걷어가겠다고 얘기한다." (대구 성서공단의 한 차부품업체 대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은행이 곳간 문을 열어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정부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기피 행태를 강력 비판하고 나섰지만 은행들은 지난 8월부터 시작한 중소기업 '돈줄 죄기'를 오히려 더 노골화하고 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대구은행을 비롯해 대구경북지역 은행들의 기업대출금을 조사한 결과, 7월부터 대출 증가세가 꺾이기 시작해 신용위기 경고등이 본격적으로 켜진 8월 들어서는 대출 증가액이 전달에 비해 반토막났다. 8월 여신 증가액이 2천989억원에 머물면서 전달(4천384억원)에 비해 그 폭이 급격히 축소된 것. 은행들이 위험회피를 위해 대출을 기피한 것으로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는 풀이했다.
정부가 지난달 1일 발표한 중기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이달 7일까지 13개 은행이 145개 기업에 모두 2천89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지만 언 발에 오줌누는 격에 불과했다. 은행별 중소기업 지원액은 신한은행이 1천10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씨티은행(1천3억원) ▷우리은행(178억원) ▷외환은행(147억원) ▷기업은행(120억원) ▷하나은행(70억원) ▷제일은행(69억원) ▷산업은행(60억원) 순이다.
은행들은 운전자금대출은 물론, 시설자금대출까지 줄이면서 장·단기자금 모두를 잠궈놓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해도 월평균 5천억원 안팎의 대출증가액을 기록하면서 대출 늘리기 경쟁을 하다 급작스레 올 여름부터 돈을 거둬들이기 시작했고 일부 은행은 최근 사실상 중소기업 대출을 중단했다.
대출이 급감하면서 8월 대구경북지역 은행들의 예대율(대출잔액을 예금잔액으로 나눈 것)은 115.1을 기록, 올 들어 최저치로 떨어졌다.
대구 달성공단의 한 중소기업 CEO는 "은행들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돈을 듬뿍 갖다 쓰라'고 난리를 치더니 요즘 어려워지면서 이자를 한두달 못낸다고 갑자기 돈을 갚으라고 하는 것은 기업을 죽이겠다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10일 경기도 안산 중소기업단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중소기업 현장대책회의'에서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기업대출 과정에서의 위험을 상당 부분 흡수하겠다며 은행들에 대해 중소기업 대출을 늘릴 것을 강력 촉구했다.
금융위원회 안에 따르면 현재 중소기업들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보증서를 발급받은 뒤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은행이 대출액 전체의 많게는 15% 정도 부실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으나 내년부터는 5% 정도만 은행이 부실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는 것. 은행이 부담하는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췄으니 이제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서를 받아온 기업에 대해서는 대출을 해주라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번 보증비율 조정으로 1조원 정도의 신규 보증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또 프라이머리 담보부증권(P-CBO)을 연말까지 1조원, 내년에 2조원을 발행, 회사채를 찍어내기 힘든 중소기업들이 그룹을 지어 회사채를 발행하는 방법으로 회사채 시장에서 중소기업들이 3조원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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