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파급되면서 금년 겨울은 유달리 추위를 느낄 것 같다. 미국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 이후 대대적인 경기부양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제가 언제 회복될지는 불확실하다. 우리 경제도 금융시장 불안의 영향이 실물경제에 파급되면서 성장세가 빠르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정부도 적극적인 재정금융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침체의 늪에서 언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경기가 악화되면 중산층과 저소득층에게 먼저 한파가 닥쳐온다.
경기불황기에는 민간의 자발적인 기부금도 줄어든다. 그래서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더 어렵고 서러워진다. 미국의 경우는 경제가 어려울 때 기부금이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평범한 사람들도 경제불황기에는 어려운 이웃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조세부담률이 우리보다 낮은데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의 복지수준은 훨씬 앞서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민간차원에서 기부 등 자발적인 복지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점차 많은 사람들이 기부문화 확산에 동참하고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도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다. 그나마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터넷을 통한 소액기부가 다소 활성화되는 추세를 볼 수 있어 다행이다. 경제는 어려워지고 겨울은 다가오는 이때에 힘든 이웃과 함께 나눔의 기쁨을 누리고, 앞으로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사회지도층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지도층과 부자들의 기부와 자선사업수준이 그 사회의 성숙도를 나타낸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 Oblige)'란 지도층이 마땅히 갖고 있어야 하는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뜻하는 말이다. 예를 들면 사회에 더 많은 것을 내놓아야 하고 전쟁이 나면 먼저 나가 싸우는 정신이다. 자본주의 역사가 오래된 선진국의 경우 부유층이 그들의 사회적 명예와 존경이 어떻게 얻어지는가를 오랫동안 보아왔기 때문에 기부행위와 자선활동이 활성화되어 있다. 세계적인 부자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는 그들의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고 또 실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부유한 사람들이 서로를 평가하는 하나의 잣대가 자선활동이었다. 아울러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공헌활동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사회투자를 활발히 하는 기업의 경우 이미지가 향상되어 제품소비가 늘어나고 우수한 인재도 채용할 수 있어 성공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추세이다. 어느 시인의 "나누어야 성장합니다. 커지려면 나누어야 합니다"라는 글귀가 생각난다.
다음으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나눔의 교육을 강화시켜야 한다. 청소년들이 남을 돕고 자신을 희생하는 일이 당장은 내키지 않을지 모르지만, 봉사하고 희생한 후에 일종의 뿌듯함 같은 만족을 느껴보도록 해야 한다. 경험해 보지 않고는 그 즐거움을 실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을 돕는 일에 스스로 보람을 느끼고 재미있어야 나중에도 지속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세제상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복지단체의 전문성과 투명성의 강화 등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 과거 조세회피나 부의 세습수단으로 기부금이나 공익법인이 악용될 우려 등으로 기부금에 대한 세제혜택이 선진국에 비해 낮고 기부금품 모집에 있어 규제도 많은 편이다. 아울러 기부하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데 투자한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복지단체는 기부금을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사용하여야 한다. 이것이 선행돼야만 복지시설에 대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선진사회는 사회구성원들의 의도적인 노력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지 결코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새겨볼 때이다. 우리 모두 각자의 작은 날갯짓이 우리사회를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드는 큰 파도가 될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하자. 자신이 가진 것이 많든 적든, 돈이든 재능이든 시간이든,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 소외받는 이들에게 베풀어보자. 아무리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이 와도 이웃의 따뜻한 손길이 함께하면 봄이 멀지 않다는 희망을 갖고 추위를 견뎌낼 수 있다.
반장식 전 기획예산처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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