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더불어 사는 세상]'부부일치운동'대구ME

"부부 사랑은 건강한 가정의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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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주말'에 참가한 부부들이 행사를 마친 후 한티 피정의 집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부일치운동(ME)대표 정문원
▲부부일치운동(ME)대표 정문원'상현숙 부부(왼쪽)와 부대표 이영구'이화연 부부.

#"아는?" "묵자!" "자자!" 경상도 사나이의 과묵함을 풍자하는 이 우스개에는 남편으로서의 '권위'는 있을지 몰라도 부부간의 진실한 '대화'는 없다. 이혼율이 급증하는 등 최근 부부 사이에 파열음이 커지는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가 부부 사이에 진실한 대화가 없기 때문이다. 부부 사이에는 침묵이 금(金)이기는커녕 분란을 낳는 불쏘시개일 수밖에 없다.

ME(매리지 엔카운터·Marriage Encounter). '부부일치운동'으로 일컬어지는 ME가 부부사랑을 일깨워주는 안내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979년 서울, 안동에 이어 전국에서 세번째로 ME를 도입한 대구ME(대표 정문원·상현숙 부부, 나진흠 신부)가 지난 29년 동안 6천52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ME 주말' 행사를 갖는 등 부부사랑 확인을 통한 건강한 가정 만들기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는 것. ME는 부부들이 실생활에서 보다 긍정적인 태도로 부부의 삶과 사랑을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대구ME의 가장 대표적인 행사 가운데 하나가 'ME 주말'.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2박3일 동안 부부가 팔공산에 있는 한티 피정의 집에서 같이 생활하며 서로 사랑을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대화방법 등을 배운다. 연간 11~13회씩 실시되는 'ME 주말'에는 매번 25~38쌍의 부부가 참여하고 있다. 원만한 혼인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결혼생활 5년 이상의 부부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종교에 관계없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금요일 오후 7시에 시작해 일요일 오후 6시 이전에 프로그램을 마치며 숙식이 제공된다.

'ME 주말'은 먼저 참가 부부를 환영하는 것으로 시작해 자신의 삶과 부부생활 되돌아보기, 부부 사이의 의사소통 방법 배우기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배우자가 가장 아름답게 보였던 때는?' 등 부부애를 주제로 한 발표와 10분간 쓰고 얘기하는 '10 & 10' 등 배우자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되새기는 등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봉사자로 활동하는 발표부부의 얘기를 듣고, 부부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부부사랑을 확인한다. 'ME 주말' 중에는 부부만이 대화하며, 모든 일상 생활의 스트레스를 떠나 서로에게만 집중하도록 배려해 준다. 나아가 남편 또는 아내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서로가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며, 보람되고 행복한 부부생활을 지속하는 방법을 익히게 되는 것이다.

'ME 주말'을 체험한 부부들은 "우리 부부 사이에 진실한 대화가 부족했다는 것을 절감했다" "가슴에 맺혔던 게 풀렸다" "배우자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4년전 주위 소개로 2박3일간 'ME 주말'을 체험한 70대의 백인흠·신삼남 부부의 경우 체험 이후 부부의 삶이 크게 바뀌었다는 것. 가부장적 권위를 내세워 부인에게 군림하던 남편은 따스하고 정감이 넘치는 모습으로 아내를 사랑하기 시작했고 구체적으로 그 마음을 표현하게 됐다. 또 부인은 마음 한편에 묻어두고 표현하지 않았던 속마음과 느낌을 표현함으로써 부부 사이가 더욱 친밀해졌다. 이 부부는 20여쌍의 부부를 'ME 주말'에 초대하기도 했다.

대구ME 부대표를 맡고 있는 이영구·이화연 부부 역시 'ME 주말' 체험 이후 부부생활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13년전에 'ME 주말'을 체험하면서 연애 또는 신혼시절로 되돌아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러면서 배우자가 정말로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지요. 100점이던 부부 사이가 체험 후에는 120점으로 격상됐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발표 부부의 체험을 듣고 참가 부부 스스로 혼인생활을 되돌아보고, 새롭게 출발하게 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가정이 쇄신되고 있다는 게 이 부대표의 귀띔.

대구ME는 'ME 주말' 행사 외에 다른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참부모 교육, 부부 사랑의 언어 프로그램, 감각 사랑의 언어 프로그램, 쇄신 주말, 공동체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것. 참부모 교육은 65회, 사랑의 언어는 24번, 공동체 교육은 63회 행사를 실시했다. 이 부대표는 "'ME 주말'은 지금보다 더 좋고, 더 친밀한 결혼생활을 영위하도록 도와줄 것"이라며 "다문화 가정을 위한 주말, 장애우 부부들이 참가하는 은총 주말, 65세 이상의 부부들의 실버 주말, 해외에 거주하는 교포부부를 위한 해외 주말 등 행사의 폭을 계속 넓혀 나가고 있다"고 했다. 문의 대구ME 만남의 집 053)473-5712. 홈페이지 www.dgme.org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ME=매리지 엔카운터에 대한 아이디어는 1950년대 말 스페인의 가브리엘 칼보 신부가 착안했다. 당시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고 있던 칼보 신부는 대부분의 가정문제가 불안정한 부부 관계로부터 생긴다고 확신하고, 부부 사이의 관계를 강화하도록 도울 수 있다면 동시에 청소년들도 돕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196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8쌍의 노동자 부부들이 실험적으로 실시한 최초의 매리지 엔카운터 주말에 참가했다. 1966년에는 매리지 엔카운터 주말이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에서 실시되었고,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 나라에 급속히 퍼져 나갔다. 미국에서는 첫 주말이 1967년 노틀담 대학에서 실시됐다. 매리지 엔카운터는 현재 90여개국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에서의 첫번째 주말(영어 주말)은 1976년에 실시되었으며 한국인을 위한 첫 주말(한국어 주말)은 1977년에 마련됐다. 대구는 1979년에 이 주말이 도입되었다.

●'ME 주말'의 긍정적 효과 7가지

1. 배우자의 말하지 않는 깊은 속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게 된다.

2. 형식적인 대화보다 정서적으로 깊은 공감을 하면서 대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3. 자녀와 이웃과의 새로운 관계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

4. 배우자의 소중함을 서로 인식하고 더욱 더 깊이 사랑하게 된다.

5. 30대에서 70대에 이르기까지 연령에 관계없이 공감할 수 있다.

6. 자신의 삶과 부부의 삶을 함께 되돌아보고 남은 생애를 더욱 감사하며 살아가게 된다.

7. 부부의 가치관 형성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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