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들 주머니 터는 엑스코?

대구시가 주최하거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형 전시·박람행사를 대구EXCO(전시컨벤션센터)가 사실상 독식하면서 갖가지 폐해를 낳고 있다. 특히 대구시 예산으로 열리는 일부 행사에 적잖은 입장료까지 받아 시민들의 주머니를 두 번 털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16일까지 EXCO에서 열리고 있는 2008대구사진비엔날레. 국비와 시비 9억원을 보조하는 행사로 사진작가 등으로 구성된 대구사진비엔날레조직위원회가 주관을 맡고 있다. 하지만 대구시는 조직위원회가 법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EXCO를 통해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EXCO를 공동주관으로 내세웠다. 때문에 조직위는 시시콜콜한 진행 경비까지 EXCO에 일일이 보고한 뒤 타서 쓰고 있는 상황이다. EXCO는 하루 600만원의 대관료를 받으며 시민들에게 비싼 입장료(어른 7천원)까지 챙기고 있다.

한 사진계 관계자는 "비싼 EXCO말고 접근성과 경쟁력이 있는 문화창조발전소(중구 수창동 구 연초제조창)와 같은 다른 장소에서 비엔날레를 열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대구시가 예산 전부를 EXCO에 맡기는 바람에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했다"며 "앞으로 대구시와는 행사를 같이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지난 9일까지 엑스코 3층 전시실에서 열린 2008 대구국제음식관광박람회는 대구시가 전문단체가 없다는 이유로 EXCO에 주관을 맡겼다. 그러나 EXCO가 이 분야의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대구 음식의 국제화를 지향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조리기구 업체들의 상술까지 끼어든 식품 전시회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들었다. 대구시는 이 행사에 3억3천만원을 지원했으나 EXCO는 입장료(어른 2천원)도 받았다.

최모(48)씨는 "일부 참가업체 부스에서 카드 회원 가입을 유도하면서 선물을 나눠주고 가방, 인형, 무선자동차 등 음식과 전혀 상관없는 부스를 설치해놓고 입장료까지 받는 게 무슨 음식박람회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EXCO측은 "민간단체의 경우 보조금 사용에 따른 영수증 처리 등 회계 관련 지식이 부족해 울며겨자먹기로 행사 진행을 떠맡는 경우도 있다"며 "지역의 전시문화나 기획력이 아직도 낮은 수준이어서 어려움이 많다"고 해명했다.

EXCO를 제외하고는 대구에 대형 행사를 치를 만한 공간이 거의 없어 사실상 독점 체제인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EXCO에서 행사를 치른 한 단체 관계자는 "외지인은 물론 대구시민들이 찾아오기에도 어렵고 불편이 컸다"며 "EXCO에 전시를 몰아주기 위해 시민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는 대구시 공무원들의 인식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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