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김시장·김회장에 박수를

지방에서 살기가 점차 힘들어지고 있다. 전국민의 삶이 곤궁한데 수도권이라고 특별히 더 나을게 있느냐는 수도권 주민들의 항변이 있을 수 있다. 미국 월가에서 비롯된 금융위기가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지면서 전세계적으로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니 수도권 비수도권을 떠나 서민들의 삶 자체가 시련의 연속이다. IMF 외환위기 때야 외환 사정만 좋아지면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 금반지라도 내다 팔았지만 지금은 몇 년이 갈지 알 수 없는 어둠의 터널 속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만 놓고 볼 때 서울공화국은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집중받고 있어 지방보다는 빨리 터널을 빠져 나갈 소지가 크다. 현 정부나 역대 정부나 오로지 관심은 수도권이다.

대구를 비롯한 비수도권의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기 시작한 때는 2006년 초반.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집값이 하락하더니 1년가량 지나면서 수도권 일부를 제외한 전국이 동면에 빠져 들었다. 지역민들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방안 마련을 줄기차게 정부에 요구했지만 정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서울의 경기가 과열됐다고 서울과 지역을 똑같은 잣대로 묶어 버리더니 서울이 괜찮다고 지역의 어려움은 완전 외면했다. 그러다가 올 8월 강남 집값 하락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자 부동산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지방 건설업체의 염원이던 1가구2주택 양도세 중과 배제 등은 결국 수도권 집값 하락이 있고서야 마련된 정책이다.

이런 와중에 현 정부의 수도권 투자 전면 허용 조치를 보면서 지역에도 볕들 날이 있을지 의문스럽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내세웠다가 정권 초기에 지방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정부 각료들은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 '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 규제완화'를 약속했다.

그러던 정부가 전세계적인 경기부양 분위기를 틈 타 기업들의 수도권 투자 걸림돌들을 모두 제거하겠다고 나섰다. 말로는 합리적인 규제완화라고 하고 일부 지방 인사들도 그 용어에 동의하고 있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실제로는 수도권 투자 전면 허용인 것이다. 공장 신증설에 아무런 제약이 없는 것이 투자 허용이 아니고 무엇인가.

기업들은 이익이 되는 투자만 하려 한다. 생활근거지가 있고 기업 경영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수도권에 투자할 수 있는데 왜 지방으로 내려오려고 하겠는가.

정부가 광역경제권 발전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지방에 국가공단을 조성해도 실제 활동의 주역이 돼야 할 기업이 없다면 그것은 말짱 헛것에 불과하다. 대구경북에 신규로 조성되는 3개의 국가공단은 껍데기뿐인 공단, 제대로 된 대기업 하나 없는 공단이 될 공산이 크다.

그러면 정녕 지방은 죽어야 하는가.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지방발전 대책이 완벽하게 마련되기 전에는 수도권 투자 전면 허용이 이뤄지지 않도록 입법 저지 활동을 활발히 해야 하는 것이 일차적 과제이다.

이와 동시에 지방 스스로 살 길을 찾는 것이다. 외국의 투자를 끌어들이고 지방만이 갖는 경쟁력을 갖추도록 틈새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세계에너지협의회(WEC) 총회 대구 유치 성공은 지방이 살아가야 하는 한 방향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국가적인 지원 없이도 지자체와 관심있는 기업이 힘을 합칠 경우 국제규모의 행사를 얼마든지 치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일부 인사들은 먹고 살기 힘든 판에 왜 돈이 되지 않는 행사를 유치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중심지로 발돋움하려면 WEC같은 행사는 유치할수록 득이 된다. 전세계적인 에너지기업 CEO 및 관련 기구 관계자들 수천명이 대구로 몰려들고 에너지 관련 행사들이 봇물처럼 열리면서 대구의 이미지는 세계로 향하게 된다. 유형의 효과보다 무형의 자산이 늘 소지가 크다.

대구경북연구원은 WEC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면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 효과가 1조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행사가 앞으로 더 많아져야 지방이 일어설 수 있다.

대회 유치에 절대적인 공로를 세운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께 감사를 전하면서 성공적인 대회가 되도록 다시 한번 뛰어줄 것을 당부드린다.

최정암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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