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 또다른 중남미 브라질

미주대륙에서 멕시코와 미국의 경계를 이루는 리오 그란데 강 아래쪽을 보통 중남미 또는 라틴 아메리카라고 부른다. 하지만 브라질 사람들은 자신이 라틴 아메리카 중의 한 국가로 불리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미국이 북미로 불리지 않는 것처럼 그냥 브라질로 불리기를 원한다. 인종, 언어, 역사, 문화에서 브라질은 중남미의 여타 국가와 다를 뿐만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미국 정도의 대국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이는 러시아 사람들이 유럽도 아시아도 아닌 러시아로 남고 싶어 하는 심리와 같은, 대국 기질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실제 브라질은 대국이다. 브라질의 영토면적은 850만k㎡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크며 인구는 2억명에 이른다. 이러한 이유로 브라질은 러시아, 인도, 중국과 함께 브릭스(BRICs)로 주목 받고 있다. 브릭스 국가 중 인도와 중국이 10억명이 넘는 인구를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역할을 하고 있다면, 브라질과 러시아는 풍부한 자원을 이들에게 제공하는 곡간 및 창고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브라질의 자원의 규모는 결코 러시아에 뒤지지 않는다. 온갖 농산물이 생산되며 2억마리 이상의 소가 사육되고 있고 철광석, 망간, 알루미늄 등 각종 광물이 묻혀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석유까지 쏟아지고 있다. 이렇듯 곳간이 든든한 브라질에 자원난의 시대를 맞아 세계 자본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전 세계가 맞고 있는 금융위기에서 브라질도 예외일 수는 없겠지만, 과거 미국이 기침만 해도 독감에 걸리던, 덩치만 큰 허약한 브라질의 모습을 요즘에는 찾아 볼 수 없다. 5%대의 안정적 성장률과 물가안정, 그리고 2천억달러에 이르는 외환 보유고 등 과거와 체질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는 17일부터 사흘간 브라질을 방문할 예정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문한 이래 4년 만에 한국 정상이 다시 방문하게 되는 것이다. 새롭게 변모하고 있는 이 나라를 우리 대통령이 방문하는 것은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원의 안정적인 확보 뿐 아니라, 세계10위권의 브라질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서도 시의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브라질하면, 우리 국민들은 대개 축구와 삼바춤 및 아마존을 연상할 것이다. 하지만, 브라질은 세계최대의 철광석 생산회사인 발리(Vale)사, 세계 3위의 항공기 제조회사인 엠브라에로(Embraero) 및 세계최대의 맥주회사인 인베브(Inbev)사 등 세계적인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우주항공, 농업 부문에서의 기술력은 우리를 앞서고 있다. 여기에 최근 경제 안정화를 바탕으로 고속전철 및 원자력 발전소 건설사업 등 대규모 공공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국가라는 점에서 브라질과 우리나라의 협력분야는 앞으로 점점 더 커질 전망이다.

이러한 전망은 최근의 양국 교역통계에 의해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올 들어 양국 교역량은 9월까지 79억달러로, 작년 한해 교역량인 62억7천만달러를 이미 넘어섰고, 연말까지는 10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도의 교역량 40억달러와 비교할 때, 4년 만에 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특히 올 들어 9월까지 우리나라가 브라질에 수출한 금액은 48억7천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100%의 증가율을 기록하였다. 이러한 신장세는 BRICs 국가 중 월등히 높고, 수출 비중 1%이상인 23개국과 비교하여서도 단연 1위인 수치이다.

이렇게 수출이 활발한 것은 브라질에 진출한 우리 민간 기업들의 활약에 힘입은 바 크다. 현재 브라질에는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SK에너지 등 많은 기업들이 진출해 있고, 동국제강과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을 비롯한 많은 중소기업들도 투자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은 한국과 브라질 수교 50년이 되는 의미 깊은 해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브라질 방문은 향후 양국 관계의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정치 경제 분야 뿐만 아니라 양국 국민간 이해관계를 증진할 수 있는 사회 문화 분야에서의 협력도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그동안의 한-중남미라는 맥락 속에서 이해되던 양국관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차원의 관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규형 주브라질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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