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영어시험을 없애자

나는 대학교 때 영어공부를 따로 한 적이 없다. 토익이든 토플이든 그 흔한 바퀴벌레(Vocabulary)이든 간에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극장을 관광자원화시키는 일뿐만 아니라 작품을 가지고 해외에서의 공연사업-극장렌털, 보도자료 제작, 프레스미팅, 현지 세일즈 등-까지도 큰 어려움 없이 잘 수행한 경험이 있다.

내가 그나마 이 정도 영어를 할 수 있는 배경을 돌아보면 중1부터 고3까지의 영어교과서 12권, 군대시절의 회화 책 1권 등 모두 13권의 책을 무작정 외웠다는 것과 우연한 기회에 해외에서 4개월간 근무했던 경험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고등학교 때는 문법책을 3, 4권 끼고 살았고, 수십 권의 문제집들을 풀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돌이켜보건대 실제 유용한 것은 앞서 언급한 13권의 책을 외운 것과 현장노출 경험이지 문법책과 문제집은 분명 나의 영어사용 업무와는 무관한 듯하다.

지금 시중에 나와 있는 각급 학교 및 학원들의 영어교재들을 살펴보면 모두 시험을 위한 책들이지 정작 영어를 위한 도구들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영어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고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공교육에서 할 일은 무한경쟁의 상대평가를 위한 '시험' 준비가 아니라 실제 개인별 소양을 함양시킬 수 있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의 고용인들도 알지 않는가? 시험점수와 실제 어학실행 능력이 다르다는 것을. 이 불경기에 나날이 보다 꼼꼼하고 합리적인 지출이 요구되는 이 불안한 현대의 시대에 쓸데없는 것은 버려야하지 않을까 한다.

물론 유학과 같은 특별한 경우를 위해서는 '시험' 준비를 해야 하겠지만 정상적인 공교육과정에서는 이러한 상대평가를 위한-즉 가정이나 기업이나 무한지출경쟁을 벌이게 되는- 시험은 없애고 실제 필요한 영어교육에 힘쓰자는 것이다. 보다 많은 학생들이 실생활 영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본인 개인의 일을 위해서도 그렇고 국가적으로도 좋은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이 토익점수를 잘 받을 필요는 없다.

학교에서의 영어수업은 우리들이 한국말을 배울 때와 같이 1)'머리 속에' 많이 넣고 2)'입으로' 많이 외우고 3)'실제 상황에' 노출되는 것이다. 문법은 이러한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이해를 위한 도구로 그때마다 참고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상대평가, 경쟁 때문에 야기되는 스트레스로부터, 각 가정들은 과다한 사교육비 지출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전 국가적으로도 교육시간에 대한 큰 여유가 생기는 등 패러다임의 전환까지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영어시험을 없애자.

김성열 수성아트피아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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