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전읽기]

志士(지사)는 不忘在溝壑(불망재구학)이요, 勇士(용사)는 不忘喪其元(불망상기원)이라.

세상살이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처음 마음먹은 뜻을 변하지 않도록 유지하고 그에 합당한 실천력으로 주어진 일을 밀어붙일 용기가 아닐까 싶다. 특히 요즘처럼 하루가 다르게 경제와 국내'외 정치의 상황이 급변하는 가운데서 제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려면 세류에 휩쓸리기 보다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자기중심이 더더욱 중요하게 느껴진다.

살다보면 자의든 타의든 초지일관(初志一貫)의 태도를 갖고 살도록 내버려 두질 않는다. 하다못해 그 뜻을 존중하기는커녕 어쨌든 꺾으려는 것이 세상의 인심이다.

물론, 그렇다고 고루한 고정관념에 묶여 시대정신을 외면하거나 쓸데없는 아집에 사로잡혀 변화를 거부하자는 건 아니다. 요체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는 개선의 여지와 함께 개악의 구렁텅이도 존재한다는 것. 또 그 둘의 경계는 분명할 때 보다는 모호할 때가 더 많아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정확하게 판단하기가 어렵다.

'뜻을 지닌 사람은 (죽어서) 도랑이나 골짜기에 그 몸뚱아리가 뒹굴고 있을 것을 잊지 말고 용기 있는 사람은 (전쟁터에 나아가) 그 머리를 잃을 것을 잊지 않는다.'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참된 자기중심이란 출세하여 그 뜻이 크게 행해지더라도 자만심으로 포장되지 않으며, 비록 그 뜻을 펴지 못해 곤궁하게 거처하게 되더라도 자존심이 줄어들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 맹자는 극단적 상황마저도 받아들일 담백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뜻이 꺾이기 보다 몸을 구렁텅이에 나뒹굴게 할 것인가? 용기를 위해 머리(元은 頭와 같다)잃을 각오를 할 것인가? 이 부분을 읽으면 삶이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한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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