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미정의 별의 별이야기]김종국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받는 남자

역시 김종국(32)이었다. 군(軍) 입대로 2년이 넘는 공백이 있었지만 인기는 여전했다. 소집 해제 후 5개월여 만에 발표한 5집 앨범 '히어 아이 엠(Here I am)'의 타이틀곡 '어제보다 오늘 더'는 발매 당일부터 각종 음원 사이트의 다운로드 순위 1위에 올랐다. 이어 여러 차트에서도 상위권 질주를 하며 김종국표 발라드의 불패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예상을 안 했는데 의아할 정도로 반응이 좋네요. 사실 많이 불안했어요. 오랜 만에 나오는 데다 워낙 쟁쟁한 가수들이 많아서…. 가수는 노래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냥 그 길을 따라간 것 뿐인데 이렇게 큰 사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는 이번 앨범에서 대단한 변신을 시도하지도 않았고 고음이 돋보이는 기교를 보여주지도 않았다. 그냥 자연스럽고 편안한 사랑 노래로 팬들의 귀를 간지럽힌다. 현란한 기계음과 전자음향이 가득한 가요계에서 그의 노래는 편안한 안식처처럼 반갑다.

"과거에 제 히트곡을 떠올리며 왜 그 노래가 팬들의 사랑을 받았는지를 생각했죠. 전처럼 다가가자는 생각이었어요. 너무 처지지 않도록 타이틀곡 장르를 미디엄템포로 한 게 변화라면 변화랄까, 그 외에 큰 변화는 없어요. 팬들은 김종국이라는 가수에게 변화를 바라기보다 익숙하고 친숙한 목소리로 노래 불러주는 걸 좋아하지 않을까요. 팬들이 가장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곡을 모았죠."

댄스그룹 '터보'로 데뷔, 발라드 가수로 연착륙한 김종국. 성공적인 그의 변화가 놀랍기만 하다.

"어릴 때부터 댄스 음악 보다는 발라드를 좋아했어요. 댄스 가수로 시작했지만 솔로 데뷔 때부터는 발라드를 부르기로 했죠. 변신이 쉽지는 않았어요. 지금 부르는 정통 발라드곡은 '터보' 때 안 해본 노래라 노력도 정말 많이 했어요."

이번 앨범에는 그룹 '마이티마우스' 등 힙합 가수가 랩 피처링에 참여했다. '터보' 시절 함께한 마이키가 '오래오래'의 랩을 한 것도 눈에 띈다.

"터보의 음악을 그리워하는 팬들에게 추억을 선사하는 의미라고 할까요. 마이키도 활동을 하고 싶어 하기에 함께 해 봤죠."

팬들 중에는 댄스가수에서 시작한 김종국의 파워풀한 댄스를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귀띔하자 "몸이 안 따라 줘서 이제 못 하겠더라"며 민망해한다.

5집에는 쟁쟁한 뮤지션들이 참여, 완성도를 높였다. 작곡가 김도훈'황찬희'이현도'조영수'한상원 등은 자타공인 히트곡 제조기들이다. 여기에 윤사라'안영민 등 인기 작사가들이 가사를 붙였다.

"친분 있던 작곡가들이 신경을 많이 써 주셨어요. 서로를 잘 알고 노래를 만들었더니 더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그는 이 얘기와 함께 "전 '비주얼'로 무언가를 보여줄 수도 없고, 좋은 노래 밖에는 승부수가 없어서 더욱 노래에 집중했다"며 겸손을 떤다. 탄탄한 근육과 웃음을 머금은 듯한 가는 눈에 매력을 느끼는 팬들이 그렇게 많은데도 그는 아직까지 외모에 자신이 없다.

"외모는 가려야하는 입장이에요. 세상이 많이 바뀌어 눈 작은 사람들도 사랑을 많이 해 주시니 감사하네요. 하긴 월드스타 비도 눈이 작죠. 그게 참 힘이 된다니까요. 비가 세계에서 더 활약을 해서 눈 작은 남자들이 아시아 대표 미남형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

김종국은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블루칩'이다. 딱히 입담이 좋은 것도 아닌데 서글서글하고 솔직한 모습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앨범 발매와 함께 SBS '패밀리가 떴다', KBS '상상플러스' MBC '놀러와' 등에 출연했다.

"아직 어색해요. 프로그램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요. 할줄 아는 게 별로 없는데 그런 저를 웃음의 소재로 쓰는 것 같아요. 연예계 경력이 긴데 여전히 어눌한 게 재밌어 보이는 거죠. 가수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출연할 예정이에요."

입대 전 함께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던 윤은혜는 지금 연기자로 톱 위치에 있다. 김종국은 그런 그녀가 대견하고 자랑스럽기만 하다.

"몇 안되는 친한 연예인 가운데 윤은혜가 잘 되니 기분이 좋네요. 은혜는 이제는 연기자 이미지를 갖고 싶어 해서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진 않죠. 앞으로도 잘 하길 바랄 뿐이죠."

함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당시 윤은혜와 열애설에 휩싸였지만 이후 벗어났다. 지금은 연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지 궁금했다.

"너무 바빠서 여자를 만날 수가 없네요. 좀처럼 시간이 안나요. 여자도 만나고 결혼도 하고 싶은데 지금 상황에선 둘 다 잘 할 수가 없죠. 일단 일을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이상형은 착한 여자죠."

일단 댄스 가수에서 발라드 가수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김종국. 다음 차례는 싱어송라이터로 변신하는게 아닐까 싶어 그의 생각을 물어봤다. 김종국은 이미 터보 3집에서 '온리 세븐틴(Only Seventeen)'과 '단념' 두 곡을 작곡한 적이 있다. 그래서 그의 '송라이터' 변신은 더욱 긍정적이다. 그런데 김종국의 입에선 반대의 얘기가 나온다.

"가수가 그런 역량은 갖춰야 하는 데에는 저도 동감해요. 그런데 아직까지 제 곡을 앨범에 싣는 것은 좀 불안하네요.(웃음) 작사 작곡을 다른 분들이 너무 잘해주시니까 자연스럽게 욕심을 안 부리게 되요. 전 뮤지션보다는 대중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작곡을 하게 될 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작사는 하고 싶네요. 내 얘기를 내 노래에 쓰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서른을 훌쩍 넘겨 팬들을 다시 찾아온 김종국. 그에게서는 전보다 깊은 편안함이 묻어난다. "이제는 마음을 움직이고 싶다"는 김종국의 바람은 5집에 충분히 녹아들었다. 그의 따뜻한 진심이 앨범을 통해 팬들에게 전해진다면 그걸로 충분히 행복하다는 김종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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