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쉿! 소리치면 안 돼요" 달라진 수능 응원

떡 붙여놓고 기도하는 어머니는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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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치면 안 돼요. 조용한 응원\'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3일 오전 대구여고 시험장 교문 앞에서 강동고 후배들이 응원피켓을 들고 모교 수험생 선배들을 응원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요즘에도 시험장 앞에 떡 붙여놓고 기도하는 어머니들이 있나요?"

수능시험이 치러진 13일 오전 대구 경화여고 앞. 이 학교 행정실 직원은 시험장 앞에 수험생들을 떨구고 돌아가는 승용차들을 보며 수능 시험장 풍경이 한 해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조용하다 못해 한산해지고 있다.

기도하는 어머니, 시끄러운 응원과 구호 등 '수능 시험장' 하면 떠오르던 전통적인 풍경이 사라지고 있다. 수험생을 태우고 온 가족들도 시험장 앞까지만 자녀를 배웅하고 돌아가는 분위기다. 아예 차에서 내리지 않는 가족들도 많았다.

이날 오전 달서구 상인고교 앞. 한 수험생 어머니 정모(48·달서구 상인동)씨는 자녀가 시험장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본 뒤 발걸음을 돌렸다. 정씨는 "대부분 부모가 집에서 기다리지만 종교를 가진 부모들은 성당이나 교회, 절에 가서 기도를 한다"고 했다.

북구 경상여고 앞에는 오전 8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도 수험생 어머니 10여명이 웅성거리며 서 있었다. 학교 안을 바라보며 조용히 응원하는 모습이었지만 묵주나 염주를 들고 기도하는 풍경은 없었다. 최모(51)씨는 "2년 전 큰아이 수능 시험 때는 집에서 배웅했다"며 "예전에 추운 시험장 정문 앞에서 떡이나 엿을 붙여놓고 말 없이 기도하던 부모들의 정성은 정말 대단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오전 원화여고 앞에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나온 한 고교생은 "꽹과리 치고 시끄럽게 응원 구호 외쳐봤자 수험생들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차분하게 응원하는 게 더 낫다"고 했다.

학교 당국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의 변화가 싫지 않다는 표정이다. 한 고교 교사는 "학교 측에서도 수험생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부모님들을 자제시키는 편"이라며 "하지만 교문 앞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요즘 부모님들 정성이 예전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학부모 이모(45·여)씨는 "쓸데없는데 힘을 빼는 것보다 입시 정보를 수집하고, 입시설명회장에 찾아가 자료를 분석하는 게 더 낫다. 입학 전형이 다양해지면서 요즘 학부모들은 더 바빠졌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동영상 장성혁 인턴기자 jsh052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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