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태신학자 세계적 명성 숀 맥도나휴 신부

"위기의 지구, 전 세계인이 함께 걱정을"

"한쪽에선 환경 파괴와 가난이 깊어지고 다른 쪽에선 군비가 확충되고 있습니다. 우리 인류는 20세기에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이 아닐까요?"

12일 오후 생태신학자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숀 맥도나휴(Sean McDonagh·64·아일랜드) 신부를 경산성당에서 만났다.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그는 강연과 새만금 방문 등 바쁜 일정 가운데 천주교 대구대교구 환경위원회 초청으로 강연차 경산성당에 온 참이었다. 피곤해 보인다는 질문에 그는 "새만금을 보고 왔는데 피곤함보다 슬픔이 더 크다"고 했다. "새만금 습지는 물을 막아 세상에서 가장 긴 댐을 만들고 있습니다. 영국, 네덜란드에서는 습지를 만들기 위해 오히려 바닷물이 들어오도록 하는데 말이죠. 이상하지 않습니까?"

맥도나휴 신부는 필리핀에서 선교사 생활을 한 것을 계기로 1970년대 민다나오 섬의 원시림을 불법 벌목에서 보호하기 위해 20여년간 환경보전 운동을 펼쳤다. 생태학과 신학을 학문적으로 접목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도 전 세계를 다니며 강연과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데 스스로도 "생태신학을 가톨릭에 들여오는 데 일조했다"고 했다.

그는 지구촌에 닥친 환경 재앙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맥도나휴 신부는 미국이 1997년 교토의정서에 동의하고도 이행을 거부한 것은 "매우 비윤리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의 비윤리적 행동 때문에 수천만명이 죽어나갈 수 있다고 했다. 그 때문에 오바마 정부가 출범되면 지구 온실 가스 배출의 가장 큰 책임자인 미국이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서도 역할을 주문했다.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보면 한국은 일본을 넘어 아시아 국가 중 최고 수준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환경친화적·재생가능한 기술 개발 지원과 개인들의 책임 있는 행동이 뒤따라야 합니다." 다음달 초 폴란드에서 열리는 UN 기후협약회의에서는 참가국들이 보다 진전된 해법을 제시해주기를 기대했다.

맥도나휴 신부는 "지난 30여년간 창조신학, 생태신학을 연구하면서 생명종의 다양성이 파괴되고 물과 바다, 대기가 오염되는 현장을 지켜봤다"며 "전 세계인들은 지구에 닥친 위기를 함께 걱정하고 개선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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