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다음달 1일부터 군사분계선을 통한 모든 육로통행을 엄격히 제한하거나 차단할 것이라고 예고하자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공장 철수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길 바랄 뿐"이라며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가 급속히 냉각돼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때의 합의사항인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다 북측 근로자 기숙사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며 "특히 지난달 북한이 '삐라 살포' 등을 언급하며 개성공단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한 이후 관계가 더욱 냉랭해지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이 공단 폐쇄 등 극단적인 조치를 하면 입주 기업들은 보험 약정에 따라 설비투자 중 일부를 보전받을 수는 있지만 북한 출입이 봉쇄되면 현지 입주기업의 도산은 물론 남한 내 협력업체들까지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개성공단에 진출해 있는 대구경북 기업은 3개사. 손수건과 스카프를 생산하는 서도산업(대표 한재권), 침구류 생산업체인 ㈜평안(대표 오희택), 낚시가방 생산업체인 웅피케이스(대표 김선옥) 등이다. 한달 평균 이들 기업들이 생산하는 물량은 서도산업 손수건 40만장, 평안 침구류 6만개, 웅피케이스 낚시가방 1천500개 정도이다.
이들 3개 업체 관계자들은 "북한의 육로 통행 차단 발표 이후 현지에 파견된 직원들이 '현재까지 별 다른 동요가 없다'는 말을 했다"면서도 "남북문제가 경색될 때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앞으로 사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들은 이어 "정부가 입주 기업들이 안심하고 생산활동을 할 수 있게 남북경제협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평안 강진구 이사는 "가뜩이나 경제 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남북문제가 잘 풀리지 않아 개성공단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들의 위기감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말이 아닌 행동을 보여줘 입주 업체들이 기업활동에만 전념하게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웅피케이스 유병철 과장은 "중국에 있는 주 공장을 개성공단으로 이전하려고 했다가 남북관계가 불안해 이를 보류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렇게 분위기가 나쁘진 않았는데 왜 이리 흘러가는지 고민스럽다"고 전했다.
한편 개성공단입주기업 협의회 회장단은 13일 통일부 장관과 면담을 통해 '삐라' 살포 중지, 기숙사 건립 등 북측의 요구조건을 들어주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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