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 한미FTA 비준 '합의처리'로 선회

한나라당이 야당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조기에 단독 상정해 처리하겠다는 입장에서 돌연 여야 합의처리 방침으로 방향을 전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초 이날 외교통상위에서 한미 FTA 공청회를 여는 등 이번 주 내 상임위에 상정키로 입장을 정했지만 홍준표 원내대표가 1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미 FTA는 강행처리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야당과 합의처리할 것"이라며 입장을 급선회했다. 그러면서 홍 원내대표는 "야당에 결정권을 던졌다. 야당이 보완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그것은 야당 책임이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도 '조속한 시일 내에 보완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입장을 갑자기 바꾼 것은 내년도 예산안 및 쟁점 법안에 대한 국회심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심의 초반부터 한미 FTA 문제를 둘러싸고 야당 측과 전면전을 치르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미 FTA 문제로 여야관계가 전투모드로 급변할 경우, 남은 정기국회 일정에 차질을 빚는 등 정국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에 '합의 처리'라는 유화책을 꺼내든 것 아니냐는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지금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는 법안과 예산이 산적해 있는데 한미 FTA를 강행 처리한다면 정말로 이번 정기국회가 어려워진다"며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즉 여권은 한미 FTA 문제에서 한걸음 물러나면서 예산안 및 법안 심사부터 순차적으로 추진한 후 한미 FTA 비준안을 처리하겠다는 복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에서는 여권이 버락 오마바 미 대통령 당선자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오바마 당선자 측이 한미 FTA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에 대한 당내 우려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측의 비준안 처리 후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여당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는 "한나라당이 야당과의 합의 없이 한미 FTA를 강행처리하는 것과 야당과 합의 처리하는 것은 미국에서 볼 때도 분명히 다를 것"이라며 미국 측의 입장을 의식한 입장변화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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